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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May 05. 2019

정신질환자의 공격성 : 망상

'알고 보니 정신질환이 있더라.'

최근 한 남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불을 피해 대피하던 주민들을 무참히

공격했던 일이 있었다. 그 남자는 피해망상을 보이고 있었고,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상한 행동으로 수차례 경찰에 신고가 되었지만, 적절한 조치와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이 남자가 어떠한 진단을 받고 어떻게 치료를 했었는지, 경찰은 신고를 받고 어떠한 조치를 취했었는지는

명확하게 보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과 정신질환자를 강제 수용하지 않는 정부를 비난하고 있었다.

신고를 통해서 경찰이 입원의뢰를 할 수 있는 것은 응급입원으로 72시간이 전부이고, 환자의 본인 의사에 반하여 정신과에 입원시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공격적이다?”라는 생각을 쉽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뉴스를 장식하는 묻지 마 폭행에 피의자가 정신질환으로 치료한 경험이 있다.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 기사의 댓글에는 정말이지 중세시대 이전의 인권 상태로 돌아간 듯한 글들이 많이 달린다.

정신질환에는 다양한 진단명이 있고, 각 질병마다 공격성의 원인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오늘은 그 다양한 이유 중 '망상'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망상 : 병적으로 생긴 잘못된 판단이나 확신

우리는 망상을 '헛된 꿈' 정도로 쉽게 인식하고, 보통은 그렇게 사용한다.

하지만 정신과에서는 “논리적 불합리나 모순된 증거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믿음이나 지각이 지속되는 상태”를 망상이라고 한다. 모순된 증거에도 불구한고 지속되는 것, 다시 말하면 주변의 모든 사람이 다 아니라고 해도

절대 그 망상을 버릴 수 없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태가 바로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망상이다.

다양한 종류의 망상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를 이용하여 소개를 하기로 하겠다.

정리하자면 정신증적 망상은  당신이 믿고 있는 당신의 정체성 ('나는 남자다', '나는 여자다'와 같은)

과 같을 정도의 절대적인 믿음이다. 그러므로 정신증적 망상은 어떤 논리로도 바꿀 수 없다.



  

아버지를 곡괭이로 찍어 죽인 남자가 있었다

아버지를 죽인 이유에 대해  '외계인이 아버지를 죽이고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던 것을 내가 죽였다.'라고

대답했다. 이 남자에게 아버지는 외계인이었고, 그 망상은 어떠한 논리를 적용해도 바뀌지 않는 믿음이었다.


퇴사 후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로 차를 몰고 돌진한 한 남성이 있었다.

대기업인 이 회사가 위성으로 자신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었다고 주장을 했다.


평소에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꼈다는 한 남성은

화장실 입구에 마주친 한 여성을 살해했다.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한 남자가 치료진에게 다가와 갑자기 욕을 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무덤을 직원들이 파헤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러 망상 중 피해망상의 사례들이다. 뉴스에 나왔던 사건도 있다.



입장을 바꾸어 보자.

당신 앞에 누군가가 당신을 '반드시' 죽이려 한다.(망상)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1. 도망간다  or  2. 맞서 싸운다(먼저 죽인다)

당신이 남자라면, 힘이 세다면, 상대를 제압할 기술을 가졌다면, 혹시 총이나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다시 묻겠다.

정신증적 망상이 있는 사람이 먼저 사람을 공격한다면,

이건 망상 때문인가 아님 그 사람의 공격성 때문인가?


정신과에 입사한 새내기 간호사들을 교육할 때마다 내가 교육하는 내용이다.

'환자들에게 액팅(맞을 것)당할 것 같은 간호사는 딱 보면 알 수 있다.

곁눈질하는 간호사,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간호사 등 등

망상이 있는 환자 앞을 지나치다 곁눈질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곁눈질로 그 환자를 본 후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는 등의 행동들은 피해망상을 가진 환자 입장에서 망상을 확고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강력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높으니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됩니다.'

라는 말은 '강력범은 대부분 남자가 많으니 남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됩니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36%로 전체 3.93% 보다 현저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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