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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Aug 14. 2019

치매 이해하기

요양병원에 잠깐 적을 둔 적이 있다.

치매로 이상행동을 하는 어르신들을 보고

'도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라고 말하는 치료자들을 볼 수 있었다.

치매니까 당연한 건데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았다.


요양보호사 양성과정에서 치매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강의 시작에 항상 이런 말을 붙인다.

'이 교육이 끝나고 치매에 대해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라고


치매는 다양한 원인 질환에 의한 증상이다.

그 다양한 원인 중  성격 변화나 운동장애를 특징적으로 하는 치매도 있지만,

대부분의 치매는 인지장애와 정신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인지장애에는 기억력 저하, 언어능력 저하, 지남력 저하, 시공간 파악 능력 저하 등이 포함되고

정신에는 우울증, 망상, 환청, 공격성 등이 포함된다.

모든 치매환자가 각 증상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마다 특징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고, 그 중증도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행된 요양보호사 양성 표준교재를 보면,

치매환자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존엄성을 지켜주어야 한다.’

‘따뜻하게 대한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수용적이고 부드러운 태도를 가져야 한다.’

등 너무나도 당연스러운 말들을 나열해 놓고 있다.

하지만  당연한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기는 상당히 힘들다.

치매환자를 하루 종일 간호해 본 사람이라면 왜 그러한지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나는 수강생들에게 치매환자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매우 강조한다. 특히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강조하는데

치매환자를 대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치매 대상자 언어능력이 저하된 이유 있겠지만, 비언어적 영역이 의사소통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말투, 눈빛, 신뢰감을 주는 행동 등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영역은 끝을 알 수 없다.


여행 중 납치를 당했다고 상상해 보자.

카메라 앞에 무릎 끓려 앉혀지고, 뒤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시커먼 깃발이 걸려있다.

복면을 쓴 남자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총을 메고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돌아다닌다.

가끔 마주치는 눈빛은 차갑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다가온다.

같은 복장에 총을 메고 칼을 차고 있는 것 까지 동일하지만

그 사람의 눈빛은 왠지 따뜻하다.

목소리도 차분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신뢰가 간다.


다른 상상을 해보자

정말 낯선 곳에서 정신이 들었다.

낯선 이 가 다가와 누워서 쉬라고 한다.

과연 당신은 편하게 쉴 수 있을까?



치매환자의 이상행동의 원인을 알려주는 곳은 없다.

'~~ 일 것이다.' 또는 '~~으로 보인다.'로 끝나는 추측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상행동은 수정되지도, 호전되지도 않는다.

치료자로서  치매환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내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하는데

거기서 필요한 것이 비언어적 의사소통방법이다.


치매환자는 당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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