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것에 대한 배신감.
누군가를 향한 배신감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배신감이다.
20년 가까이 무사고를 유지해 오던 운전습관,
나는 안전운전에 대한 자신감
을 가지고 있었다.(이제는 자만이었음을 안다.)
전후 좌우 살펴가며 움직였고,
교통법규를 어긴 적은 열 손가락을 못 채울 정도로
안전한 운전을 했다.
이런 운전 습관을 계속 유지한다면,
큰 사고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지직~
골목에서 후진을 하는 상황이었다.
익숙한 소리와 함께 낯선 진동이 핸들을 통해 전해졌다.
후진 기어를 넣기 전 주변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과실 100%
나의 지각에 결함이 생겼다.
아니다. 원래 있던 결함이 이번 사고로 밝혀진 것일 수도 있다.
운전 중에 내려야 하는 다양한 결정과 판단은
눈으로 직접 확인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였는데
내가 본 것에 대해 확신이 사라졌다.
내 판단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운전하기가 초보 때 보다 더 힘들어졌다.
이미 확인 한 사이드 미러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여유롭던 출퇴근 길이 어깨가 뭉쳐올 정도의 스트레스를 줬다.
교통사고 후 운전대를 놓았다는 이들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40대로 가는 길목에서
익숙함에 젖어 손해를 보는 일들이 잦다.
큰 사고가 아니고, 경각심을 주는 일련의 사건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마음 한 편의 찝찝함은 벗어나기 힘들다.
지금껏 쌓아왔던 '삶의 공식'에 재정비가 필요함을 느낀다.
어쩌면 공식 자체를 버려야 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새로운 공식을 집어넣기에는 머리가 굳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마음 한 편의 찝찝함이 이런 것들 일 수도
있겠다.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는,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이렇게 보수가 되어가는 것인가?
여러분 브런치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교통사고 나고도 글감 생겼다는 생각이 먼저
드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