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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호 Jun 24. 2021

중국 탈출_Ussuriysk, Russia

중국 - 러시아국경 넘기

    중국 연길에서 러시아 우수리스크로 넘어왔다.


    연길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몹시 추웠던 게 한으로 남는다. 연길에 도착했던 날, 티켓팅 하는 날, 티켓이 이틀 후의 날짜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머물 수밖에 없었던 하루까지 총 3박 4일을 있었는데 숙소 밖으로 움직인 시간이 많지 않다.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특히나 해가 떨어지고 나면, 담배를 피우러 숙소밖에 잠깐 나가는 것도 죽을 맛이었다. 도대체 이런 날씨 속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혹독한 추위를 경험했다.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면 차가운 바람 때문에 입안의 침이 얼어붙는 기분을 느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분명 이거보다 더 추웠던 거 같은데.... 이건 진짜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 추위가 연길을 미워하게 만들 순 없었다. 일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언어적인 부분 때문에 정말 재밌었다. 심지어 꼭 다시 한번 와보고 싶어 졌을 정도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길을 여행할 생각을 안 했을까?) 모든 간판이 한글로 쓰여있는 모습이, 어딜 가나 조선어를 하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은 있어서 소통에 불편함이 없던 것이 참 진기한 경험이었다. 호스텔의 매니저 또한 (그녀는 조선족은 아니었지만)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많이 경험해본 터라, 한국어로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했던 게 참 좋았다. 비록 북한으로 막혀 있어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이지만, 확실히 한국과 가까운 곳은 맞나 보다. 우리의 조상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던 게 맞는 사실이긴 한가보다.

씨지브이 영화관이 있다니! / 아마 이건 24시간 ATM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 이건 뭐 멀티방이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어쩌면 나도 편리한 점만 좋아하는 이기적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싫어서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단순히 대화가 통한다는 이유로 이 도시 자체를 찬양하게 되다니, 참 간사하다.

   

    아무튼 아직까지 완벽히 회복하지 않은 심리적 상태라고 느껴졌는데, 연길이 매력적인 덕분에 회복도 많이 했고, 머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호스텔의 강아지와 나

무서웠던 연길 터미널의 선전문구

    국경을 넘는 데에는 큰 문제없었다. 혹시나 버스가 없으면 어떡하나, 비자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불법체류자가 되는 건 아닐까 하며 걱정했지만, 다행히 버스는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신기했던 건, 여태까지 국경을 넘으며 한국인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한국인들이 꽤 많았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비자 갱신을 위해서 잠시 중국을 방문하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려는 러시아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이었다. 그분들은 여기까지 여행을 온 나를 신기하게 생각했고, 그들과 담소를 나눴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나는 거의 북한에 있어요!

    한 노부부는 국경을 넘을 때까지 계속해서 나를 챙겨줬다. 그들은 중국(연길) - 러시아(우수리스크) 국경을 넘어본 경험이 많아서, 서류 작성 법이라던가,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알려주셨다. 특히나 러시아 국경검문소의 경찰들이 꽤 까다로운 편이라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필요했는데,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내게 일러주셨다. 아마 그 공간에서 내가 얼타고 있었다면... 영어도 통하지 않을 법한 곳에서.... 상상도 하기 싫다. 그리고는 우수리스크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숙소까지 찾아갈 수 있게 차를 태워주시기까지 했다. 연락처라도 알고 있으면 지금에라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우수리스크에서 선교활동을 하시던 목사님이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곳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국경 검문소에서 신났던 나 / 마치 고문실로 들어가는 듯한 입국 심사장

    감사의 인사를 전할 분이 또 있다. 그 역시 버스 옆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나를 챙겨주셨던 분이다. 우리 버스는 우수리스크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렸는데, 과정도 과정이지만 생각보다 꽤 먼 거리 때문에 버스에 갇혀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렇기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배고프던 찰나에, 마침 버스가 휴게소에 잠시 멈춰 선 것이다.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뭐라도 사 먹을 겸 우선 내리긴 했는데, 중국 돈을 받지 않아 아무것도 사 먹을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탓에 매점 직원분과 실랑이를 하던 중, 그가 구원자로 나타났다. 본인이 살 테니 부담 갖지 말고 빵 하나 고르라고. 역시 인간은 먹을 것 앞에서 약해지나 보다. 그 순간이 왜 이렇게 감동적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는 우수리스크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계속해서 나의 말동무도 되어주셨다.




    국경을 넘는 일이 흥미로웠다. 특히나 국경 하나로 문화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여태는 국경을 넘어도 인접한 국가라는 관계 때문에, 언어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비슷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국경 하나로 사람들의 생김새가 달라지고 언어도 완전히 달라졌다. 국경을 넘으며 이렇게나 큰 변화를 느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약간은 삭막해 보이는 우수리스크의 풍경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대국, 또 주변국을 늘 집어삼켜 몸집을 키우려고 하는 중국임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영향도 받지 않는 듯한 모습에서 러시아의 강함을 느낀다. 여태까지 봐온 중국과는 아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만의 생활문화, 건축양식, 그리고 생김새가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역사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찍이 지금의 서러시아에서 시작한 소비에트 연방의 힘이 정말 강하긴 강했나 보다. 그렇게나 멀리 떨어진 이곳 동쪽까지도 영향력을 미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더군다나 그걸 잘 지켜내고 있으니.


오늘의 노곤함을 녹여줄 나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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