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참_Munich, Germany

뮐러의 도시 뮌헨, 그리고 노이슈반슈타인 성

by 한성호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던, 독일 퓌센에 있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다녀왔다.


오스트리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독일 뮌헨으로 넘어왔다. 물론 다음 행선지로 독일을 생각해두었고,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여러 도시중 독일과 제법 가까운 잘츠부르크에 머물렀던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나 가까울 수가. 버스로 고작 2시간이면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그렇게 쉽게 도착한 뮌헨에서는 조금 비싸긴 했지만 조식을 주는 숙소를 예약했다. 나는 남은 돈으로 스페인 순례길까지 완료해야만 하는데, 오늘부로 통장잔고의 단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식을 주는 숙소에서 최대한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하루 종일 버텨 볼 요량이다.

유럽의 서쪽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물가가 비싸지고 있음을 정말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 설까 뮌헨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서, 노이슈반슈타인 성까지 함께 다녀오게 된 이번 동행이 내겐 행운이었다. 여러 번 얘기하지만 나는 동행, 특히나 한국인을 여행지에서 만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려고 한다. 동행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칭 프로 여행러라며 '여행은 이래야 해'하고 잘난 체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런 꼴을 눈뜨고는 못 보겠기 때문도 있고, 그보다 앞서 나의 여행은 '일부러 혼자'를 자청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나를 찾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일부러 혼자서 시작한 여행인데, 대화가 통하는 한국 사람을 만나면 내가 목표하는 바를 제대로 이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계속 고립시켰다.

하지만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번에 만난 상영 씨, 영휘 씨, 정환 씨는 조금 달랐다.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 게, 그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 보면 그들을 그저 비용을 쉐어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처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그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줬고, 본인들의 여행관을 내게 주장하기보단, 나의 여행이 멋지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래, 솔직히 이야기해서 내 여행더러 멋지다고 이야기해줘서 그들을 좋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의 경청의 자세는 분명 본받을만한 점이다 라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그토록 혐오하는 '잘난 체 하는 프로 여행러'는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들을 통해 내가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지, 또 내가 얼마큼 나아가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IMG_7201.jpg 뮌헨 기차역


첫날 우연히 뮌헨의 길거리에서 그들을 만나, 내일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간단히 계획을 세우고 헤어졌다. 다음날 기차역에서 만나, 우리는 바이에른 티켓을 함께 구매했다. 이 티켓은 하루 종일 뮌헨 지역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그만큼 당연히 가격은 비쌌지만, 4명이서 쉐어 할 수 있는 티켓이기 때문에, 우리는 4명이서 티켓 값을 나눠낸 것이다. 티켓 한 장을 덜렁 들고, 우리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출발했다. 아침엔 날씨가 흐려서 제대로 구경하고 오지 못할까 봐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기차는 먹구름을 뚫고 맑은 하늘 아래로 우리를 데려다줬다.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기차 안의 사람들도 나와 대부분 같은 생각이었는지, 다들 창밖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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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가려면 퓌센 역에 내려야 했다. 그리고 퓌센 역부터 노이슈반슈타인 성까지는 약 5.6km 정도가 떨어져 있었다. 만약 내가 여길 혼자 왔다면 나는 분명히 걸어서 노이슈반슈타인 성까지 갔겠지만, 오늘은 그들과 함께 버스를 탔다. 바이에른 티켓이 있다면 버스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아낀 돈으로 (물론 바이에른 티켓을 비싸게 주고 사긴 했지만) 노이슈반슈타인 성 앞에서 따뜻한 커피도 사 마시고, 성까지 올라가는 길에 마차도 타 볼 수 있었다. 높은 언덕이라 말이 좀 불쌍해 보였던 거랑, 걷지 않으니 몸이 얼어서 손가락 발가락이 마치 내 거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것만 빼면, 아주 만족스러운 소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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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노이슈바인슈타인 성과 가까이 보이는 노이슈바인슈타인 성

하지만 아쉽게도 성의 모습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별로였다. 글쎄, 도대체 어디의 어떤 모습이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설산 속에 눈으로 뒤덮인 성의 모습이 멋있긴 하네'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성을 너무 가까이에서 본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성 아래에 있을 때, 마을에 있었을 때, 산 중에 우뚝 솟아있는 성이 참 예뻐 보였는데, 가까이에서 성벽의 벽돌만 보고 있자니, 별로인 것처럼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사실 이 생각은 성 앞에서도 했던 이야기긴 하다. 그런 의미로 성 내부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다짜고짜 성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마리엔 브릿지로 가보려고 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리엔 브릿지로 가는 길은 통행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혼자였다면 저걸 뛰어넘고서라도 가봤을 텐데, 하지만 나 때문에 다른 동행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는 없는 거니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성을 내려왔다. 덕분에 시간이 좀 남았다. 기대하던 성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성 아래에 있는 한적한 호수에서 시간을 좀 보냈다. 마침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와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벤치에 앉아 요즘 말로 '물 멍'을 때리기도 했다.


D5991F88-2983-4345-B678-3ADEC3BC60B7.jpg 그리고 중간만큼 가까워 보이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다시 뮌헨으로 돌아와서는 멤버들과 함께 독일의 족발 '학센'과 함께 맥주 한잔을 했다. 독일까지 왔는데 맥주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길 가면 이건 꼭 먹어보자'라고 생각하는 음식들은 내게 참 비싸다. 학센도 마찬가지로, '하... 독일까지 와서 안 먹어 볼 수는 없고, 먹자니 비싸고...' 하며 고민하던 와중이었는데, 마침 함께했던 멤버들이 먼저 '학센'을 제안해줘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예산을 초과하는 범위이긴 하지만, 함께라는 이유로 조금 저렴하게 먹을 수 있으니 흔쾌히 그들의 초대에 응했다.

학센은 '아 독일 사람들 한국의 족발 맛을 한 번 먹어봐야 되겠네' 싶은 아쉬운 맛이었다. 하지만 좋았다. 아니 맛이 좋았던 건 아닌 것 같다. 그저 그 당시의 분위기가 참 좋았던 것 같다. 마치 맥주 페스티벌처럼 왁자지껄한 가게에서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맥주잔이 웨이터의 손에 5-6잔씩 왔다 갔다 하고, 오늘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아쉬운 맛이었지만) 그리운 고향의 맛까지. 하루의 마무리로서 완벽했다. 물론, 그 분위기 때문에 맥주를 더 시켜 마시는 바람에 정말로 과소비를 하긴 했지만.


IMG_7223.jpg 학센


아침에 약속시간에 늦어 기차역까지 부리나케 뛰던 때부터, 숙소의 침대로 돌아와 곯아떨어질 때까지 희한하게 기분이 참 좋다. 글쎄 맥주 탓에 취한 것 때문도 있겠지만, 단순히 취기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뭐랄까 뮌헨에서의 시간을 아주 알차게 쓴 기분이랄까. 피곤하지만 보람찬, 그런 기분이다. 뮌헨에서의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뮌헨에서 뭐했지...’ 하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웃긴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뭐 별다르게 한 것도 없는데 그냥 웃음이 나온다. 기분이 정말 좋긴 좋은가보다.


아, 돈을 좀 써서 좋은 건가?

역시 돈이 최고인가?


그래 그래서 즐거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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