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야. 그게 사랑이야
어느 소설 같은 아침, 김밥집에서 유진이랑 둘이 김밥을 먹었다.
맞은편에 앳된 얼굴의 커플이 앉아있었다.
"번번이 너는 왜 이렇게 나를 화 나게 하니"
남자가 말하는데 왠지 정말 화가 난 게 아니라 그저 한없이 슬픈 말로 들렸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저절로 커플에게로 향했다.
잠시 자리를 뜨면서 남자가 내 옆을 지나쳐갔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그는, 정말로 슬퍼보였다.
그래,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을 아프게 할 때 남자들은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 새삼 깨닫는다.
남자는 다시 들어와서 여자를 달래고 어르더니 데리고 나갔다.
뒷모습만 보이던 여자는 많이 어리고 예뻤다. ...
마치 신경숙의 소설 같은 장면이었다. 다음 이야기를 짐작해 본다. ...
소설이든 현실이든 더 사랑하는 쪽이 지게 돼있다. 아마도 지금쯤 그는 여자에게 졌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생각을 해본다.
져줄 수 있을 때 져주는 사랑을 하면 후회는 안 남을 것이라는...
적어도 찌질하게 쪼잔하게 사랑했단 말은 스스로에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러니 사랑한다면 기꺼이 져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