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마음을 너무 늦게 깨닫기에...
유진이가 어제 많이 아팠다. 아침에도 열이 안 떨어져서 병원에 들렀다. 편도가 많이 부었다고 한다. 나도 어릴 때 편도가 자주 부었다. 아이는 엄마의 모든 것을 닮는 모양이다. 평소 같으면 운동장 입구에 내려주고 안녕, 하고 손 흔들고 끝났을 것을, 오늘은 건물 입구까지 따라갔다.
교실로 향하는 유진이의 뒷모습을 한참을 봤다. 아이의 등이 너무 작아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진이는 12월생, 반에서 제일 작은 아이다. 나도 그랬다. 처음엔 여섯살에, 그 다음 해엔 일곱 살 10월생으로 학교에 들어가서 키 작다는 놀림을 오래오래 들어야 했다. 오래전 나와 오버랩 된 뒷모습에 아이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나는 제 나이에 학교에 와서 키도 크고 달리기도 잘 하는 아이들이 늘 부러웠다. 그래서 나를 학교에 일찌감치 보낸 아버지를 가끔 원망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파도 씩씩하게 잘 지내줄 것이다.’ 생각하면서 유진이에게서 몸을 돌리는 그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버지가 왜 나를 학교에 일찌감치 보냈는지 말이다. 여섯 살에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다른 아이들은 모두 8살, 나만 혼자 여섯 살이었다. 어린 나는 자주 울고 자주 아팠다. 또래가 아니기에 아이들은 나와 놀아주지 않았다. 고무줄 놀이에도 공기놀이에도 나는 끼워주지 않았다. 키도 작고 어리고 바람 불면 날아갈 것처럼 너무 가벼운 아이여서 넌 안 돼, 라고 했다. ...
그러나 아버지는 어린 나를 믿었던 것이다. 또래보다 작고 어려도 다른 아이들처럼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고 아버지는 나를 믿은 것이다. 내가 유진이의 작은 등을 보면서 그래도 잘 지낼 것이다 믿듯이 아버지도 나와 똑같았던 것이다. 왠지 서글퍼졌다. 이런 깨달음은 항상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온다. 이제 아버지는 세상에 없어서, ‘그때의 아버지 마음을 이해했어요’ 라는 말을 아버지에게 들려줄 수가 없는데 말이다. ...
오늘은 유진이를 위해서 집에 일찍 가야겠다. 오랜만에 동화책도 읽어주고, 같이 누워서 이야기도 들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