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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효샘 Nov 10. 2017

엄마가 된다는 건

나는 너만 보이고, 나는 너만 들려...

너는 유리창 너머로 눈을 감고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네가 있는 곳은 세상의 소음과 공해로부터 차단된, 

깨끗하고 청결한 하얀 공간,

허락된 이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만그만한 흰 바구니에 담겨진 아기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렇게나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이들 속에서 

나는 너만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모든 사물이 사라지고 

너하고 나, 딱 둘만 남은 것처럼. 


너를 불렀다. 

“연아. 연아”


태몽으로 연꽃 꿈을 꾸어서 열 달 동안 연이라고 부른 너. 

맑고 투명한 두꺼운 유리창 너머로 

잠든 네가 그 소리를 알아듣기라도 한 듯 갑자기 눈을 떴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정확하게는 마주친 것처럼 느껴졌다. 


아아, 나와 너의 눈이 마주친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까. 

그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나는 새카만 눈동자 안에 담긴 우주를 보고, 

존재의 가벼움을 보고 

나를 보고 너를 보았다. 


나는 그 순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게 네가 나에게 온 순간이었다. 


엄마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엄마도 어느 순간 태어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너는 정말로 경이롭고 놀라운 새로운 생명체였다. 

지구에 막 도착한 어느 낯선 세상에서 온 생명체 말이다. 


그런 너는 이제 자라서 투정도 부리고, 

아침엔 긴 샤워를 하고, 

주말마다 몰래 틴트를 바르는 사춘기 소녀가 되었다. 

그런 네가 더 자라서, 

누군가를 나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날도 오겠지.

네가 더 나이가 들어서는, 

나처럼 엄마가 되고, 

자기 아이만 눈에 들어오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겠지... 

 

내 삶의 모든 순간에서 너는 

그래서, 

늘 경이롭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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