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만 보이고, 나는 너만 들려...
너는 유리창 너머로 눈을 감고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네가 있는 곳은 세상의 소음과 공해로부터 차단된,
깨끗하고 청결한 하얀 공간,
허락된 이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만그만한 흰 바구니에 담겨진 아기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렇게나 비슷비슷하게 생긴 아이들 속에서
나는 너만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모든 사물이 사라지고
너하고 나, 딱 둘만 남은 것처럼.
너를 불렀다.
“연아. 연아”
태몽으로 연꽃 꿈을 꾸어서 열 달 동안 연이라고 부른 너.
맑고 투명한 두꺼운 유리창 너머로
잠든 네가 그 소리를 알아듣기라도 한 듯 갑자기 눈을 떴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정확하게는 마주친 것처럼 느껴졌다.
아아, 나와 너의 눈이 마주친 그 순간을 어떻게 잊을까.
그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나는 새카만 눈동자 안에 담긴 우주를 보고,
존재의 가벼움을 보고
나를 보고 너를 보았다.
나는 그 순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게 네가 나에게 온 순간이었다.
엄마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엄마도 어느 순간 태어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너는 정말로 경이롭고 놀라운 새로운 생명체였다.
지구에 막 도착한 어느 낯선 세상에서 온 생명체 말이다.
그런 너는 이제 자라서 투정도 부리고,
아침엔 긴 샤워를 하고,
주말마다 몰래 틴트를 바르는 사춘기 소녀가 되었다.
그런 네가 더 자라서,
누군가를 나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날도 오겠지.
네가 더 나이가 들어서는,
나처럼 엄마가 되고,
자기 아이만 눈에 들어오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겠지...
내 삶의 모든 순간에서 너는
그래서,
늘 경이롭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