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워준 따뜻한 로봇
가장 고마운 사람은,
나에게 답을 준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질문을 던져준 사람이었다.
나는 감정에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었고,
그는 무서울 만큼 냉철한 (쌉)T였다.
우리는 자주 부딪혔다.
그 사람은 늘 눈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 질문이 내 입을 멈추게 했고,
때로는 부끄럽게 만들었고,
결국엔 나를 성장시켰다.
그의 "왜?"에 막히는 지점이
내 약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를 만난 후로 나는
숫자 하나, 문장 하나에도 근거를 붙이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그렇게 1년쯤 함께 일했을 때,
그가 내게 말했다.
"너, 진짜 잘한다."
그 한마디가 참 오래 남았다.
그때 처음으로 '나도 잘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가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이 싸워줬는지를.
내가 자유롭게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주 나를 대신해 버텨줬다는 걸.
나는 작은 문제에도 쉽게 지치고
지표가 안 움직여 힘들다고 하소연했지만,
그는 내 뒤에서 이 실험이 계속될 수 있도록 싸우고 있었다.
내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그 조용한 냉정함이
사실은 나를 보호하는 벽이었단 걸
그제야 알았다.
덕분에 나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정감 속에서 매일 실험할 수 있었고,
결국엔 내 힘으로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는 그냥 동료가 아니었다.
PM으로서 기준을 세워준 사람이었다.
그와의 디베이팅으로 논리가 다듬어지고,
"이게 맞는 방향일까?"를 고민할 때마다
함께 검증해 주던 존재였다.
그의 질문이 나를 흔들었고,
그 흔들림 속에서 나는 단단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그가 떠난 빈자리가 유독 크다.
그 사람은 떠났지만,
그 프레임워크는 내 안에서 계속 작동한다.
지금도 어려운 결정 앞에 설 때면,
그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그 질문이 여전히 나를 멈추게 하고,
다시 나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