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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라니, 어떻게' 출간 후

처음은 항상 어설프다

by 이서명

아직은 서툴고, 그래서 더욱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책을 **‘쉬라니, 어떻게’**라는 제목으로 종이책과 전자책 형태로 출간했다. 사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완전한 ‘책’의 형태로 세상에 내보낼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그 글이 과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도 있었다. 그런데 차곡차곡 글을 쌓아가다 보니, 한 번은 용기를 내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POD(주문형 출판) 시스템을 제공하는 ‘부크크’라는 회사를 통해 ‘쉬라니, 어떻게’를 책으로 묶어내는 데 성공했다.




브런치스토리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그저 기록을 남기는 수준이었다. 온라인 플랫폼에 글을 올려놓으면, 혹시라도 누군가가 우연히 읽고 공감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일부 글의 조회수가 10,000을 넘어서는 것을 보면서, ‘이것을 좀 더 체계적으로 묶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출간을 염두에 두고 글을 다듬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종이책 출판은 쉽지 않았고 너무 큰 부담을 지고 싶지는 않아서 부크크(BOOKK)의 POD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원고를 준비해 업로드하면, 주문이 들어오는 만큼 바로바로 책을 찍어주는 방식이어서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전자책 역시 함께 등록할 수 있으니, 내게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스토리에서도 그렇고, 책에서도 저자를 표기할 때 나는 필명을 사용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바꿨다.

처음엔 내 본명으로 쓸까 하다가, “이 책 안에는 상담 현장에서 얻은 통찰과, (아주 간접적으로나마) 내담자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데, 혹시라도 신원이 특정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사실 글의 내용만 놓고 보면 개인 사례가 유추될 만한 요소는 거의 없도록 각색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불찰’을 예방하고 싶었다.

두 번째는, 솔직히 말해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글을 쓴다는 건 필연적으로 글쓴이의 성향과 내밀한 면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감추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내 이름이 걸렸을 때 받을 수 있는 부담”이 겁나기도 했다. 처음 시도하는 출간에서부터 본명을 걸고 나아가기엔 아직 준비가 덜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낯선 이름으로 내놓으면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태어난 필명이, 한 번 사용해 보니 또 맘에 안 들어서, 다시 한번 바꾸게 됐다.




정작 책이 나오고 나서, 가까운 지인들 몇몇에게 소식을 전하자 가장 먼저 돌아온 질문이 “왜 네 이름으로 안 했어?”였다. 나름의 이유를 설명해도, “그건 그렇다 쳐도, 아무 연관성 없는 이름으로 하니까 책 소개할 때도 어색하잖아”라고 말들 했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지인들에게 ‘내 책이 나왔다’고 알려줄 때마다 “근데 왜 저자 이름이 이거야?”라는 한 번의 의문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상황이었다.

이제라도 필명을 바꿔서 본명으로 재출간할까 고민도 해봤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변변찮은 것이긴 해도, 표지 디자인부터 다시 등록해야 해서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책을 이미 구입한 독자들 입장에서도 혼선이 생길 수 있고, 전자책 파일도 새로 수정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결국 이번 책은 그냥 필명으로 남기고, 다음 기획부터는 용기를 내어 내 이름을 당당히 걸어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처음 해보는 시도는 언제나 시행착오가 많다. 내가 쓴 글을 세상에 공개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개인적이고도 노출된 행위다. 더군다나 그 글의 일부가 상담 사례에서 비롯된 거라면, 일반적이지 않은 심리적 부담도 따랐다. 하지만 결국 모든 일을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이렇게 이리저리 부딪히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고, 얻은 피드백에 따라 나아지는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책을 출간하고 나니, 주변에서 ‘다음 이야기 또 나오냐’는 관심 어린 질문을 건네줄 때마다 작은 뿌듯함을 느낀다.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하던 원고도 이제 더 다듬어서 다른 형태로 묶어볼 수도 있고, 이전엔 시도하지 못했던 내용도 추가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다음에는 처음부터 본명을 내걸고, 겉치레 없이 진솔하게 마주해야겠다는 의지도 강해졌다.




물론 필명으로 낸 책을 후회만 하는 건 아니다. 어쩌면 이 ‘가명’ 덕분에 조금 더 자유롭고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뭔가 ‘등을 떠밀리는’ 느낌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선까지 시도해 보고,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낄 때 스스로 수정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얻은 깨달음은, “나의 글은 결국 나의 목소리”라는 점이었다. 이름을 감춰도, 그 글이 담는 내 생각과 감정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진다. 그러니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당당히 발표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




지금껏 써온 글들과 ‘쉬라니, 어떻게’를 출간하기까지의 과정은 일종의 탐색기였다.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걸으며,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시도해 본 것이고, 그러다 보니 머쓱한 에피소드도 생겼다. 그래도 그 경험들이 쌓여서, 다음번에는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나를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가 전해졌으면 좋겠다. 나 역시 두려움 때문에 필명을 썼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 또 배우고 있다. 그러니 글쓰기를 하거나, 무언가를 출간하는 게 막연히 겁날 때, 작은 시도를 통해 서서히 세상에 발을 내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명함은 언제든 새로 만들 수 있고, 필명은 차근차근 바꿀 수도 있는 법이니까.




앞으로 또 어떤 책이나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필명’이라는 안전장치 없이도 나는 이미 많이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내담자들과의 이야기로부터 얻은 통찰을, 조금 더 진솔하고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 나의 이름을 걸어보리라 마음먹었다. 그 과정 역시 분명 순탄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처음 해보니 이리 쿵 저리 쿵 하지만, 그러면서 점점 나아진다.” 사람도, 글도, 책도, 이렇게 익숙해져 가는 게 아닐까.

이번 출간이 주는 후련함과 어색함, 그리고 다음 계획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는 무척 소중하다. 조그만 시도였음에도, 내가 만든 책을 누군가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부끄러움보다는 자부심으로, **‘바로 이것이 내 이름을 걸고 하고 싶은 일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그 대화의 흔적을 세상과 공유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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