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님 죄송합니다.
71세에 경비직 근로계약이 끝났다. 6년 동안 익숙한 자리에서 일해왔지만, 계약 연장은 없었다. 이제는 다시 일을 찾아야 했다. 한 달 정도 쉬면서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을 거야. 몸이 예전 같지는 않아도, 경비일도 했고, 청소도 했고, 주차관리도 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취업 상담사를 찾아갔다.
상담사는 빌딩 경비원 자리를 소개해줬다. 급여는 좀 적어도 출퇴근이 편하고, 업무도 어렵지 않다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다. 면접도 수월하게 통과했다. ‘그래, 이렇게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야.’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첫 출근한 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원래 알고 있던 경비 업무뿐만 아니라, 주차관리까지 함께 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주차 공간을 정리하고, 가끔씩 차량을 이동시켜야 했다. 간단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문제가 생겼다. 요즘 신차는 문을 어떻게 여는지, 기어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몰랐다.
버튼식 기어,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스마트키. 아무리 만져봐도 감이 오지 않았다. 차를 잘못 움직였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손이 떨렸다. 동료 경비원이 다가와서 “이거 버튼 누르고 밀면 돼요.”라고 설명해 줬지만,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게 다 뭐야? 이렇게까지 해서 일을 해야 하나?’
결국, 당일 퇴사를 결정했다. 면접 때 미리 설명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괜히 겁먹은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괜한 실수로 더 큰 문제를 만드는 것보다 나았다.
첫 직장에서 너무 빨리 나온 게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상담사를 다시 찾아갔다. 이번에는 마트 카트 정리 및 안내원 자리를 추천받았다. 어려운 일은 없고, 서서 일하면 되니 괜찮을 거라고 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겠다고 다짐하며 출근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알게 되었다. 이 일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마트 주차장에 흩어진 카트를 모아 한 곳으로 가져와야 했다. 처음에는 그저 밀고 다니는 일이라 가볍게 생각했지만, 카트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여러 개를 한 번에 모아 이동시키려면 팔과 허리에 힘을 꽉 줘야 했다. 게다가 주차장이 넓어서 계속 움직여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먼지와 배기가스였다. 대형마트의 주차장은 항상 차들이 오가고, 미세먼지가 가득했다. 몇 시간 일하니 목이 따끔거리고 머리가 아팠다. ‘이렇게 일하면 몇 달도 못 버티겠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틀 더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3일 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연달아 두 군데를 그만두고 나니 자존감이 떨어졌다. ‘내가 일을 못하는 건가?’ 싶었다. 다시 상담사를 찾아갈까, 말까 고민했다. 미안해서 면이 안서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가서 부탁했다. 이번에는 아파트 청소직을 추천받았다. “이번에는 꼭 오래 다니겠습니다.” 상담사에게 그렇게 말하고 출근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화단 주변 정리, 현관 청소, 복도 물청소. 익숙한 일이었고, 동료들도 친절했다. ‘이제 좀 안정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이 아파트는 구형 건물이라 지하주차장이 굉장히 넓고 복잡했다.
문제는 지하주차장 청소와 분리수거장 정리 업무였다. 낮에도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바닥을 청소하고, 구석구석 돌아다녀야 했다. 하지만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일주일이 지나도 지리를 익히지 못했다. 미화팀장이 담당구역을 지정하고 수시로 확인을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헤매는 일이 많아졌다.
미화팀장도 답답했는지 말했다. “어르신, 많이 힘드신 거 같은데, 다른 일자리 알아보시는 게 어떠세요?”
결국, 일주일 만에 그만두었다.
나는 이제 어디서도 적응할 수 없는 걸까?
두 달 동안 세 번 이직했다. 일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고,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했다. 한때는 내 경험이 어디서든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자신감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이대로 끝내야 할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계속 도전해야 할까, 아니면 이제 받아들여야 할까. 마음이 복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