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제 취업 안 할래요

나이 때문에 거절당하는 기분

by 이서명

식당을 운영했던 내가, 이제는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니.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바쁘게 일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절에는 이럴 줄 몰랐다. 아침마다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점심 장사가 끝나면 주방에서 함께 손을 걷어붙이고 설거지를 하던 나였다. 밤이 되면 테이블 정리를 하면서 내일 장을 봐야 할 목록을 정리하곤 했다. 그렇게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했고, 직원도 30여 명까지 늘었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다. 한두 달이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상황은 몇 개월을 넘어 몇 년으로 이어졌다. 결국 가게를 접었다.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걸 지켜보는 건 참담했다. 이후에는 아이 돌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게 생각보다 재밌었다. 오랜만에 보는 아이의 모습도 너무 좋았다. 문제는 돈이었다.

아이 돌봄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충분하지 않았다. 생활비를 조금만 더 벌 수 있다면 한숨이라도 덜 텐데. 나이는 들어가고, 노후를 보내기엔 가진 것이 없었다. 결국 다시 취업을 생각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라고 믿었다.


취업 상담사를 찾았다. 상담사는 나의 경력을 듣고 요양원 식당 보조 일을 추천해 줬다. “요양원 식당은 크게 어려운 일이 없어요. 어르신들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뒷정리하는 정도니까요.” 나는 흔쾌히 면접을 보러 갔다.

요양원 사무국장이라는 분과 면접을 하는데 나를 유심히 보더니,

“경력은 많으신데 나이가 조금 있으시네요.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일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무국장 옆에 앉아있던 50대 정도 돼 보이는 여자분의 표정은 안 좋았다.

"여기는 요양원이라 식사 준비해서 어르신들한테 일일이 가져다 드려야 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드실 수 있어요."

할 수 있다는데도 체력을 자꾸 이야기했다. 결국 불합격했다.


상담사는 다시 한번 일반 식당 일을 추천해 줬다. 직접 운영하면서 다 해본 일이니 괜찮으실 것 같다고 했다. 다시 면접을 보러 갔다. 이번에는 더 자신감을 가지고 갔다.

“요리도 해봤고, 서빙도 해봤고, 주방 관리도 해봤어요. 저 이런 일은 정말 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장은 괜찮았던 것 같은데, 주방장 정도 돼 보이는 40대 여성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우리 가게 일은 젊은 사람들이 해야 빨리 돌아가는데, 어머님께는 조금 힘드실 것 같아요.”

힘든 건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결과는 같았다. 또 불합격이었다.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다는 걸. 여전히 내 능력이 충분하다고 믿었지만, 세상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걸까?

불합격 소식을 듣고 난 후 상담사에게 연락했다.

“이제는 내가 어디에도 필요 없는 사람인가 봐요.”

내가 한 말에 상담사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며칠을 고민했다.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이 때문에 거절당하는 기분을 또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나는 결국 상담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저 이제 취업 안 할래요.”

상담사는 당황한 듯했다.

“조금만 더 시도해 보시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나는 이미 지쳐 있었다.

“이제는 그냥 있는 일이나 하면서 살래요. 더 이상 나이로 거절당하고 싶지 않아요.”

전화를 끊고 창밖을 바라봤다. 이제 남은 건 아이 돌봄 아르바이트뿐이다. 예전처럼 하루 종일 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냥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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