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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선물

by 박성수

올해의 연말은 유난히 특별하다. 아홉수를 지나며 크고 작은 고비들을 넘겼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낙오되고, 부상을 겪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마주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가 준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삶은 선물’이라는 것이었다.


처음 이 생각을 하게 된 건 죽음에 관해 생각하며였다.

‘죽음이란 뭘까?’,’ 그렇다면 사는 건 뭘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던 중 문득 깨달은 게 있다. 그것은 바로

불확실한 미래 중 유일하게 확실한 건 죽는다는 것이었다.


죽음.


생각만 해도 두렵고 무섭지만 우리는 죽음 속에서 삶을 가지게 됐고,

그 삶이 끝나는 지점에선 다시 죽음으로 돌아간다.


혼자 가볍게 시작한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빛을 보듯, 답답한 상황 속 숨통이 트이듯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진 하루하루가 다시 오지 않을 선물임을 깨닫는 순간, 나는 일상의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에도 감사하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음에도 감사하게 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는 ‘어바웃 타임’이다.

영화의 후반부엔 주인공이 매일을 한 번씩 다시 살아본다. 한번 겪었던 일들이기에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기쁘게 받아들인다.

그걸 깨달은 주인공은 결국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며 다시 살아보기를 그만두게 된다.

그 장면을 보며 나도 매 순간의 일들을 인식하고 기쁘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살다 보면 항상 잊어먹게 된다. 운동을 하고 있는데 저녁 먹을 때를 생각하고 있고, 밥을 먹으며 다른 걱정을 하고 있다.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한다는 게 나쁘다는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운동을 할 땐 운동에 집중해야 되고, 밥을 먹을 땐 음식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삶을 제대로 만끽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명상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

지금도 센터에서 운동할 때 가끔 그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한다.

하지만 명상을 하고 난 후로는 그 사실을 인식하고 현재로 돌아와 지금 하고 있는 운동에 집중하게 됐다.


생각은 마치 원숭이 같아서 여기에 있다가 저기로 가버리고, 저기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그럼에도 가끔 한번, 10초만이라도 현실을 인식하고 느낄 수만 있다면 감사한 것이다.


책을 읽을 때 한 권을 다 읽고 덮을 때야 그 의미를 알듯 인생도 끝날 때야 그 의미를 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마지막에 후회가 남지 않게 많은 순간들을 인식하고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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