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뒤편의 불온한 마음

by 오월

나는 선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선물을 받을 때마다 묘하게 느껴지는 이 불편한 마음은 뭘까?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이 다가오면 한 달도 전부터 무엇을 선물해 줄까 괜히 설레는 맘으로 쇼핑몰을 뒤적이고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이 다가오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픈 명단을 추려본다.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이 더 익숙하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며 착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타인에게 선물을 하고자 하는 건 순수한 의도가 아니란 것을.


선물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순전히 부채감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다는 경제적 자격지심은 현재까지도 조용히 나를 뒤따른다. 선물을 받는 그 순간은 너무나 기쁘다.

이거 전에 내가 좋아한다고 흘리듯 이야기했던 건데! 아, 나를 이만큼 생각해 주는구나!

하지만 그와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조용히 계산을 굴린다. 저 사람 생일이 언제였더라? 8월? 아, 도대체 8월에 왜 이리 챙겨야 할 사람이 많은 거야...

선물을 받고 고마운 마음도 잠시, 이내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지출을 걱정한다. 내가 건넨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타인의 모습을 보고도,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알량한 마음을 나만이 알기 때문이다. 이런 불온한 마음을 당사자들은 모르겠지?


타인에게 받은 선물을 순수한 맘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정작 나는 그 부채감을 이용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에게 좋은 선물을 해주면서 일종의 호감작을 하기도 한다. 나는 불편하게 여겼던 부채감을 나에 대한 호감으로 작용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요즘 유튜브를 시청하면 상황에 맞는, 대상에 맞는 금액대별 선물 추천 영상이 뜬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선물만 살펴보다가 처음으로 오일이나 치즈, 발사믹 등의 조미료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누군가의 취향을 닮아가고 싶어 한다. 감도 높은 선물 리스트를 검색하며, 상대에게 맞는 선물을 주려 애쓴다. 기프티콘 하나만 띡 보내는 건 정이 없으니까. 오히려 안 주느니만 못한 선물로 전락하는 신세는 면하고 싶어 한다.


선물이라는 의미 자체가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물건을 주는 것이라 소개한다.

우리는 그 인사를 보내며 나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좋은 선물을 하는 사람은 센스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혹 비싼 선물을 하고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언젠가 아빠가 소고기를 여러 팩 보낸 적이 있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소고기를 딱히 먹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 집에서 구워 먹으니 썩 맛이 없었다.

"돈으로 주던가 차라리 고기를 보내려면 돼지나 보내지, 가격대비 맛도 없는데 이 비싼 걸..."

우리는 흔히 비싸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아빠는 '비싸고 좋은 소고기니까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보냈겠지만,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는 우리에게 비싼 소고기는 좋은 선물이 아니었다.


우리는 종종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선물을 전할 때가 있다. 비싸면 좋겠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니까 상대도 좋아하겠지. 부끄럽지만, 취향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전한 선물이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나는 좋은 것이라 전했는데 상대에게는 안 주느니만 못한 선물이 되었다.


이쯤에서 선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선물은 마음을 나누는 행위인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상대의 마음을 읽고 선물을 보냈을까, 부채감을 덜기 위해 물건을 보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