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이란 본래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다.
성인이 되고서 내가 깨달은 취미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내 취향의 공간을 탐색하는 일이었다. 커피 맛에 대해 잘 알지도 모르면서 카페를 찾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잠시라도 느끼기 위해서 찾는 걸음이었다.
발 빠른 사장님들은 이벤트 시즌이 되면 매장을 컨셉에 맞게 꾸며둔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같은 날엔 하트가 넘실댄다. 언급하기에 조심스러운 할로윈 데이 시즌에는 곳곳에 호러 분위기, 호박, 유령 소품들로 으스스하게 꾸며졌다. 이벤트성 시기에 방문하는 매장은 눈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마스가 과연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거리 곳곳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고 빨강과 초록으로 꾸며진 소품들이 걸음을 멈춰 서게 만들었다. 다이소 크리스마스트리는 빠르게 매진되었다는 안내문구가 부착되고 괜히 컬러풀한 니트를 입어준다.
나는 나의 것으로 채운 공간을 좋아한다.
공간을 엿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이 사장님 나랑 취향이 맞는 것 같다, 난생처음 보는 퀄리티 좋은 소품들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예전에 책을 읽다 그런 내가 좋아할 만한 공간을 찾았다.
망원동에 위치한 "프레젠트모먼트"였다. 공간을 소개해 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인터뷰를 보고 직접 매장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를 좋아해서 1년 365일 내내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꾸민 곳. 부러웠다.
좋아하는 것 하나를 밀고 나가는 용기와 그것을 업으로 삼을 만큼 좋아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상점은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이지만 감정을 판매하는 장소라고도 생각한다.
어디서 구매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내가 어떤 감정으로 물건을 구매했는지는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여행길에 지나치던 상점이 너무 예뻐서 홀린 듯 방문한 매장의 귀여운 소품, 친구와 닮아 구매한 키링, 상술이라는 게 눈에 빤히 보이지만 의미가 좋아서 구매한 네잎클로버 책갈피... 정작 사용하지 않지만 당시 내가 느낀 소중하고 몽글몽글한 감정들을 구매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잘 꾸며진 공간이 너무나 좋다. 평상시 신고 다니기엔 다소 과감한 색상의 컬러풀한 양말들조차도 눈에 품어본다. 서로에게 부담스럽지 않을 선물을 고르기 위해 물건을 눈에 담아본다. 한 해 동안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어느새 성큼 다가온 겨울, 오늘도 나는 설레는 감정에 대한 값을 지불하기 위해 주변을 찬찬히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