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맞이할 시기가 되면 꼭 챙기는 것이 있다.
유튜브에서 찾아낸 크리스마스 캐롤 플레이리스트 목록과 크리스마스 분위기 영화.
아,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건 역시 크리스마스트리이다.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을 꺼내두고 어디에 걸어야 예쁠까, 고민하는 그 시간들은 전혀 아깝지가 않다. 그 과정마저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어릴 때 살았던 주택집은 다락방이 있었다. 사실상 창고나 다름없었는데 겨울이 다가오면 엄마는 다락방에 올라가 크리스마스트리를 내려왔다. 앙상하게 볼품없는 뼈대만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얄팍한 부직포 가방은 먼지가 푹 껴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설렜다.
저 볼품없는 녀석이 얼마나 예쁘게 변할지 알기 때문에.
한겨울이 되면 방문을 아무리 닫아도 어디에선가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미닫이 문틀은 나무로 되어 있어 온도변화가 심한 날은 여닫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아귀가 맞지 않는 문 틈새로 기를 쓰고 파고들었다. 옷을 껴입고 엄마와 함께 트리를 조립하다 보면 괜히 따뜻해진 것만 같았다. 전구는 어린 내가 설치하기 위험했기에 엄마가 작은 알전구를 트리에 휘휘 감아주었고 트리 꾸미는 일이 끝나면 설레는 맘으로 방 불을 껐다.
새까만 어둠이 찾아왔지만 스위치를 작동하니 노란 불빛이 예쁘게 반짝였고 작은 방은 언제 어둠이 있었냐는 듯 밝게 빛났다. 그 모습이 너무나 영롱해서 그저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흡사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에 불을 밝힐 때마다 보는 환상과도 같았을 것이다. 속으로 이 순간의 즐거움이 영원하게 해 달라며 빌었으리라.
이제는 낭만을 챙기며 살아가기 힘든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할 때만큼은 어린 시절의 내가 불쑥 튀어나온다. 이사 올 때 크리스마스트리를 버리고 와서 아쉬움이 컸다. 다이소에서 구매할까 싶었지만 빠르게 품절이 되어버려 결국 인터넷에서 발견한 귀여운 트리와 장식품을 구매했다. 혹여 귀여운 아이템을 놓칠까 봐 크리스마스 코너에 서서 눈에 불을 켜고 매대를 살핀다.
나이가 들었어도 크리스마스트리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플레이리스트 목록을 만들고 틈틈이 발견하는 귀여운 장식품들에 좋아요를 누르며 장바구니에 담아둘 것이다. 가끔 낭만에 이 정도 비싼 값을 매기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장바구니에 담아뒀다고 다 구매하는 거 아니니까! 애써 구매하는 기분만 내기 위해 마구잡이로 담아둔다. 현실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사용했던 장식품뿐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고, 트리를 설치하며 행복해질 내가 있다는 사실도 변치 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