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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gwon Mar 02. 2022

유기견 봉사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두세시간을 시작한 이유 첫 번째, 불편함 해결

태어나 32년 간 개와는 인연이 없었다. 나에게 개는 그저 시끄럽고, 귀엽게 생겼지만 만지고 싶지 않은 동물이었다. 내 삶에서 개와 그나마 접점이 있었다면 외할아버지 댁에 가면 묶여서 무기력하게 누워있다가 다다음 설날에 가면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지만, 뭐 어디 갔겠지 하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또래가 없는 직장에서 마음이 맞고 괜찮은 동생이 있어 힘을 주기도, 받기도 하며 잘 지내다가 이 놈이 유기견 봉사를 다니는 걸 알게 되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 따라가 보고 싶었다. 아마도 취했나 보다 이미 소주 1병을 마셨을 때니까. 그냥 궁금한 게 컸고, 재미있어 보였다. 이 생각이 나를 매주 안성으로 가게 만들었다. 그때 참았어야 했는데


그런데 이 동생도 아는 친구를 따라간 거지 직접 신청해본 적은 없었기에 우리는 신청하는 방법을 같이 탐색했다. 그 결과, 유기견 봉사를 처음 가보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과정의 연속이었다.


대표적인 봉사활동 신청 플랫폼인 1365를 탐색했지만, 유기견 봉사는 모집 게시글 자체가 없었다. 

검색을 통해 꾸역꾸역 유기견 봉사 신청하는 방법을 찾아낸 결과 카페나 밴드에 가입해 승인을 받는 과정이 존재했고, 봉사 날에 신청을 하더라도 첫 봉사라면 소장님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아니 봉사하는 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불편하게 프로세스가 구성되어 있었다. 


이렇게 불편한 프로세스가 정립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봉사활동을 와서는 강아지에게 나쁜 짓을 하거나, 소장님의 입장에선 최선을 다해 관리를 하고 있으나 봉사자로 위장하여 보호소의 시설에 대해 고발하는 등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기 때문이다.


직접 신청 외에도 봉사단에 가입하는 등의 방법이 존재했으나, 봉사단에 가입한다는 건 봉사단체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성 훈련이 덜 된 33살이 선택하기엔 힘든 답안이었다.


막상 어렵게 신청을 해서 확정이 되면 가이드를 안내해준다.

이 가이드는 굉장히 봉사를 많이 가 본 사람의 주관에서 작성되어 있기에 난생처음 유기견 봉사를 하는 사람은 당일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가이드에는 옷이 더러워질 수 있다 정도로 쓰여있는데, 옷에 똥이 튀고 강아지 털로 뒤덮일 수 있다. 가이드만 믿고 더러워져도 되는 옷을 입고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택시 기사님이 승차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나 같아도 술 취한 손님은 태워도, 시트가 더러워져서 영업을 못하게 되는 손님은 태울 수 없다.


이런 장애물들이 존재해도, 유기견 봉사는 굉장히 봉사자에게 좋은 행위이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도움을 줬다는 뿌듯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전에 대형견들에게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했다. 지금은 대형견들만 있는 운동장에 홀로 들어가 개똥을 태연하게 치우고 나오고, 개는 훌륭하다를 유튜브로 매일 보고 있다. 


현재의 유기견 봉사 참여는 첫 문턱이 너무 높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친구나 아는 사람이 하고 있지 않다면, 절대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하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해결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될 것이고, 한 번 갔다 오면 자꾸 강아지들이 생각나게 하는 이상한 매력이 있는 행동이기에 다수의 사람들이 유기견 봉사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 동생과 나는 이 유기견 봉사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두세시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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