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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선희 Jul 17. 2023

놀아본 년들이 결혼도 잘한다

놀아본 년들 공통점 3가지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온 나의 이력을 드디어 활용할 날이 온 것 같다. 놀던 사람들이 결혼을 잘한다던데, 정말 그럴까? 지인 통계를 한번 내보기로 했다.


 그런데 '결혼을 잘했다'의 기준은 상당히 주관적일 수가 있다. 누구는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하면 결혼을 잘했다 말하고, 누구는 자상한 남편, 누구는 잘생긴 남편을 만나면 결혼을 잘했다 생각한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기준이 바뀌기도 한다. 신혼 초에는 '결혼을 잘한 것 같다' 말하던 친구가 살면서 말을 바꾼 경우를 꽤나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만 두고 생각해볼까 한다.    



 놀아본 년들이?
결혼을 빨리하더라


  대학생 시절 '남자 많이도 만난다’ ‘남자 참 밝힌다’ 생각했던 친구들 모두 서른 전에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아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그녀들은 인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결혼을 이십 대 중후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정할 수가 있던 걸까. 당시에는 대책 없이 저지르는 듯한 모습에 대단하다 느꼈지만 이제는 존경의 의미로 대단하다 싶다. 서른이 넘은 나는 아직도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지, 상대가 나타난다면 확신은 할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는데. 정말 결혼은 아무것도 모를 때 일찍 해야 하는 것일까?


 놀 거 다 놀고 결혼한 친구들의 배우자들을 보면 돈이 많은 부자를 만났다거나 전문직의 사람과 결혼한 것도 아니었다. 특출 난 건 없지만 모난 것도 없던 내 친구들은 딱 본인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좋은 조건의 배우자와 결혼했다. 그래서 놀던 애들이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다가 결혼으로 팔자 고친다는 말은 내 친구들에게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어 보인다.



놀아본 년들의 공통점 3가지

일찍 결혼한  친구들에게는 3가지 공통점이 .

첫째로,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다는 이다.

 -A라는 친구는 아버지가 나이가 많으셔서 하루빨리 결혼해서 손녀, 손자를 보여 드리고 싶다 말했고

 -B라는 친구는 본인 나이에 2가 붙어 있을 때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다 말했다.

 -C라는 친구는 결혼으로 빨리 안정감을 얻고 싶다 말했다.

 각자의 이유는 달랐지만 결혼하고 싶다는 동기가 분명했던 것이다. 그리고 ‘고작 그런  때문에 결혼을 일찍 하겠다고?' ' 그러다 나중에 후회한다' 주위의 말에 신경 쓰거나 흔들리지도 않았다.



둘째, 배우자가 ' 정도면 됐다' 생각을 했다.  

 연애할 때도 친구들은 ‘이 정도면 괜찮다'하는 사람과 바로 연애를 시작하곤 했다. 나는 남자친구가 담배도 안 피우고, 학벌도 좋고, 키도 크면 좋고 '하나라도 더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첫 연애까지 신중을 기했지만, 어떻게 그런 걸 하나하나 다 생각하고 만나냐는 게 노는 친구들 설명이었다.

 수많은 연애 경험으로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부분을 맞춰가는  연애'라는 것을 일찍 깨우쳤기 때문이었을까. 포기할 부분은 쿨하게 포기하고 만남을 이어가던 친구들은 비슷비슷한 연애가 지겨워질 때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  ‘ 정도면 제일 괜찮다' 하는 사람과 결혼을 결심했다.



셋째로 여자 먼저 결혼을 하자 말했다는 것이다.

 놀아 본 친구들에게 ‘여자의 자존심따위는 문제가 직 않았다. 결혼을 원했고 그래서 결혼을 당당하게 말했다. 여자 측에서 먼저 결혼하자는 말에 당황스러워하던 오빠들도 그때부터 점차 결혼을 생각하더니 결국 결혼을 원하게 되었다.

 한 친구는 평생을 운동과 담쌓고 살아왔지만 결혼을 하기 위해  남자친구가 다니는 배드민턴 동호회에 1년 동안 나가는 눈물 어린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저렇게 까지 결혼이 하고 싶을까’도 싶었지만 원하던 결혼을 확답받던 날, 기쁨을 포효하던 친구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서른이 넘어서 본 노는 년들은 이 남자 저 남자 헤프게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쓸데없는 자존심 부리지 않고

감정에 솔직하며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 노력한

용기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 나와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서른이 넘은 지금, 결혼을 원하는 내가 반드시 배워야 할 태도가 아닐까. 이제야 그 친구들이 다르게 보인다.


#친구들아

#오해해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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