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선희 Jul 11. 2023

결혼? 하긴 해야죠

결혼해야 하는 이유


결혼하면 행복할까?

  글쎄,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잘 모르겠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우리 부모님만 떠올려도 '저럴 거면 왜 결혼했나' 싶은 이해 안 되는 순간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자식, 그리고 시댁을 위해 헌신만 하던 엄마의 삶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지금까지도 일을 쉬지 못하는 아빠의 삶을 생각하자면, 결혼은 분명 개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자유마저 박탈하는 일처럼 보일 뿐이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웃기게도 내 인생 계획에서 '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빠진 적은 없었다. 10대 때 친구가 '너는 결혼할 거야?'라고 물어보면 나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결혼? 하긴 해야지"

그리고 20대에도 똑같이 결혼 계획을 질문받으면 반 자동으로 대답했다.

 "아, 하긴 해야죠."

 부모님을 통해 쌓아 온 결혼이라는 데이터를 봤을 땐 '결혼하면 과연 행복할까'하는 의문이 들고, '어떻게 한 사람과 평생 살 수 있나'하는 걱정이 되면서도, 나는 왜 항상 '결혼은 하긴 해야 한다' 말하고 다녔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대학 병원 간호사로 일하던 이모는 내가 아는 어른  가장 예쁘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내내 나의 장래희망이 간호사였던 것도 멋지고 근사한 우리 이모를 닮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이모가 초라해 보이기 시작한  정확히 이모가 결혼을 제때 못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이모는 30살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2000년대만 해도 평균 초혼연령이 여자는 26-27, 남자도 30살이 넘지 않던 시기였으니 이모는 결혼적령기가 한참 지난 '노처녀'였던 것이다.


 노처녀 딱지가 붙은 이모는 집에서 능력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어른들은 이모에게 '넌 사지도 멀쩡한데 왜 결혼을 못하냐, 어디 문제 있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 어른들의 말에 뻘쭘하게 웃어 보이던 이모의 모습은 평소 당당해 보이던 모습과 대조되어 더 작고 초라해 보였다.

 

그때, 나는 생각했을 것이다.

'결혼을 제때 못하면  

= 능력 없는 사람, 문제 있는 사람'


 내가 능력 없고 문제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결혼? 하긴 해야지. 결혼을 ‘안’한다는 선택지는 애초부터 나에게는 없던 것이다.

이전 04화 결혼, 몇 살까진 해야 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