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못하는 사람 특징
서른 넘어 결혼에 대한 고민을 어딘가 속 시원하게 터놓고 싶지만 말할 곳이 없어 외롭다. 왜 하필 대학 동기 모임은 나만 빼고 일찍 결혼들을 한 건지. 모임의 주제는 어느새 시댁과 남편, 아이로 옮겨진 지 오래였다. 그 틈에 껴서 '나는 도대체 언제쯤 결혼을 하게 될까'하는 고민 따위를 꺼내놓았다가는 '따라오려면 한참 먼, 뒤처진 친구'임을 자명하는 일과도 같았다. 조용히 친구들 이야기에 적당한 미소와 반응을 보이며 아는 척도 해보지만 온전히 낄 수 없는 소외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면 유독 외로운 감정이 크게 다가왔다.
결혼 안 한 친구들을 만나면 그래도 할 이야기가 많았다. 연애, 결혼, 그리고 커리어까지 고민들이 대체로 비슷했는데,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소외되는 느낌을 받진 않았다. 하지만 이 모임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만남이 반복될수록 '같은 고민, 같은 내용'만 반복해서 하고 있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암묵적으로 서로 더 좋은 소식이 생겼을 때 연락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듯 보였다.
친구를 만나도 외롭고 고민이 해결되지 않자 내가 선택한 것은 유튜브였다. 결혼에 대한 고민이 들 때마다 유튜브 영상들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런 남자랑 결혼하지 마세요' '30대 여자들의 착각' '30대 연애가 어려운 이유' 같은 영상들은 마치 내가 그동안 몰랐던 "30대 연애의 현실"을 알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상 밑에 달린 댓글과 그 밑에 달린 대댓글까지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2-3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그렇게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은 점차 늘어만 갔다.
그리고 그날도 여느 때처럼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다. ‘맞아 저러면 안 되지’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다. 마치 수험생이 수능을 준비하듯 열심히다. 이미 여러 번 복습해 시시하게 들리는 내용도 꽤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연애를 '공부'한 결과이다.
그러다 갑자기 순간적으로 스스로의 모습이 한심하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연애를 글로 배운다" 이 문구가 떠오른 것이다.
사람은 만나지도 않으면서
책(유튜브)으로 연애를 공부하는 사람.
남들은 어떻게 연애하는지
물어보기(댓글 보기) 바쁜 사람.
20대 때만 해도 연애 한번 못해본 친구들에게나 하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유튜브로 연애 공부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말하는 것 같다.
연애 못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던 것이다.
#연애 못하는 사람
#나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