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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Aug 23. 2018

집에 안 들어가도 괜찮아!

어차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혼자니까

이렇게 말하면, 

내가 솔로인 줄 오해하려나?


난 다람쥐처럼 활발하게 뛰는 두 아들내미 아빠고,

오늘도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아내도 있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내는 첫 아이를 낳고 체력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그럼에도 둘째를 가졌을 때, 더럭 겁이 났다.


연애할 때는 짱짱한 아가씨라고

용두산공원을 팔짝팔짝, 

웬만한 옹벽도 순식간에 올라가는

참 활동적인 커플이었는데


아내가 육아에 힘 부처하는 모습이 안쓰럽더라.


그래서 장인, 장모님 찬스를 사용했지.


"제가 요즘 해외출장도 늘어나고, 지방 출장이 많아서

아내랑 아이들에게 미안하네요"


"응! 채 서방 걱정 마! 얼른 애들이랑 애엄마 보내!"


그렇게 처갓집에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집에 굳이 집에 꼭 들어가야 할 이유를 못 찾겠더라.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는 게,

다른 친구들은 자유로워서 좋지 않냐고

하고 싶은 거 맘껏 하라고 부러워하는데...


사실 놀 줄도 모르고,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보니...


사무실이 제일 편하더군.


그래서 지금도 사무실이야.



집보다 일단 시원해.

간식도 늘 채워져 있고,

커피도 무제한이고,

책도 맘껏 볼 수 있고,

샤워도 할 수 있고,

급한 일 생기면 바로 일처리 가능하고,

복사/스캔도 다 되고...


옷가지도 있겠다, 세면도구도 있겠다...

뭐 딱히 부족한 게 없어.



혼자서도 잘 지내는 건 여전하다.


아내는 전화로 내 몸 걱정, 식사 걱정하는데...

진심으로 난 괜찮아.


아내랑 아이들이 보고 싶은 거 빼고는...

하루를 꽉 채우고 살아간다.


친구가 그립다거나,

어디 가서 놀고 싶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는데...


시간 나면 처가에 내려가서 가족 상봉하고 싶다는 마음뿐?


그런 짧은 시간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보니

미안하고, 죄송하고, 

그럴수록 더 빨리 일처리 해야지 하다 보면,

항상 아침이 얼마 안 남은 새벽이 되지.



가족한테 미안한 만큼,

가족들이 희생해 준 만큼,

더더더더욱

헛짓거리할 순 없잖아.


그래서 더 미친 듯이 일하나 봐.


집에 가면 

자고 싶은 유혹이 커져서 그냥 사무실이 편해.


그냥 집에 안 가고

사무실 노숙자로 살래.

까짓 거 집에 안 간다고 누가 뭐라나?


더 속도 내서 2주 안에 마무리 짓자!


빨리 다음 목표 달성하고,

부산 함 갔다 와야지.




글을 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난 참 못난 남편, 못난 아빠네...

진짜 너무 많은 걸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데...

그걸 아는데...

알면서도 계속 전진할 수밖에 없다니...

가끔 이럴 때는 센치해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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