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혼자니까
이렇게 말하면,
내가 솔로인 줄 오해하려나?
난 다람쥐처럼 활발하게 뛰는 두 아들내미 아빠고,
오늘도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아내도 있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다.
아내는 첫 아이를 낳고 체력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그럼에도 둘째를 가졌을 때, 더럭 겁이 났다.
연애할 때는 짱짱한 아가씨라고
용두산공원을 팔짝팔짝,
웬만한 옹벽도 순식간에 올라가는
참 활동적인 커플이었는데
아내가 육아에 힘 부처하는 모습이 안쓰럽더라.
그래서 장인, 장모님 찬스를 사용했지.
"제가 요즘 해외출장도 늘어나고, 지방 출장이 많아서
아내랑 아이들에게 미안하네요"
"응! 채 서방 걱정 마! 얼른 애들이랑 애엄마 보내!"
그렇게 처갓집에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집에 굳이 집에 꼭 들어가야 할 이유를 못 찾겠더라.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는 게,
다른 친구들은 자유로워서 좋지 않냐고
하고 싶은 거 맘껏 하라고 부러워하는데...
사실 놀 줄도 모르고,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보니...
사무실이 제일 편하더군.
그래서 지금도 사무실이야.
집보다 일단 시원해.
간식도 늘 채워져 있고,
커피도 무제한이고,
책도 맘껏 볼 수 있고,
샤워도 할 수 있고,
급한 일 생기면 바로 일처리 가능하고,
복사/스캔도 다 되고...
옷가지도 있겠다, 세면도구도 있겠다...
뭐 딱히 부족한 게 없어.
혼자서도 잘 지내는 건 여전하다.
아내는 전화로 내 몸 걱정, 식사 걱정하는데...
진심으로 난 괜찮아.
아내랑 아이들이 보고 싶은 거 빼고는...
하루를 꽉 채우고 살아간다.
친구가 그립다거나,
어디 가서 놀고 싶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는데...
시간 나면 처가에 내려가서 가족 상봉하고 싶다는 마음뿐?
그런 짧은 시간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보니
미안하고, 죄송하고,
그럴수록 더 빨리 일처리 해야지 하다 보면,
항상 아침이 얼마 안 남은 새벽이 되지.
가족한테 미안한 만큼,
가족들이 희생해 준 만큼,
더더더더욱
헛짓거리할 순 없잖아.
그래서 더 미친 듯이 일하나 봐.
집에 가면
자고 싶은 유혹이 커져서 그냥 사무실이 편해.
그냥 집에 안 가고
사무실 노숙자로 살래.
까짓 거 집에 안 간다고 누가 뭐라나?
더 속도 내서 2주 안에 마무리 짓자!
빨리 다음 목표 달성하고,
부산 함 갔다 와야지.
글을 다 쓰고 다시 읽어보니...
난 참 못난 남편, 못난 아빠네...
진짜 너무 많은 걸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데...
그걸 아는데...
알면서도 계속 전진할 수밖에 없다니...
가끔 이럴 때는 센치해진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