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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Aug 27. 2018

창업자의 일기장(11)-우물 안 개구리

우물의 테두리로 보이는 하늘을 보며, "하늘은 동그랗구나"라고 믿었다.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G창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실낱같은 희망에 차 있었어.


당시에는 최대 1500만 원까지 지원하는데,

중간 평가까지 받아서 나는 1000만 원까지 시제품 제작비를 확보했었거든.


이거 별로 얼마 안 되는 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직장에서 나와 창업한다고 무일푼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이 정도 규모는 내게 너무나 큰돈이었어.

(하지만, 어떻게 쓸 줄 몰라서, 그리고 증빙처리를 제대로 못 해서

결국 1원 한 푼도 못 쓰고 반납했던 건 나의 흑역사)



이전에 직장에서는 국가 R&D 과제도 굵직하게 해 본 경험도 있고,

연구기획뿐만 아니라 사업기획도 해 봐서

그리 어려운 지원사업은 아니라고 섣불리 자신했지.


하지만, 창업 지원에 대해서는 사실 처음 경험하는 거고,

그 룰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기에,

막상 수행하려고 하니까 만만치 않더라고.


의무적으로 받는 교육 56시간을 이수하면서,

멘붕을 겪어야 했어.


"창업이란 게 쉽지 않구나"


나는 어떻게 하면 시제품을 만들까에만 집중적으로

공부해왔던 거야.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은 어떻게/누구에게 팔까,

누구와 해야 할 것인가, 얼마와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할 것인가 등 고려할게 너무 많더라고.


1차적인 멘붕은 "준비되지 않는 창업자"가 바로

나였다는 사실이었어.




그리고 2번째 멘붕은 바로 네트워킹 모임을 처음 가보고 느낀 거야.


2014년 당시에 D캠프와 고벤처포럼이라는 곳에서 

IR 자리가 있어서 신청하였거든.


충격이었어.


"이런 자리가 있구나."


앞에서 자신들의 사업을 발표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내 사업계획서와 비교하게 되더라고.


심사역으로 있었던 분들의 송곳 같은 질문들과

거기에 응답하는 창업팀들을 보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느꼈어.


못 알아듣는 단어들도 수두룩 했고,

명함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명함조차 준비 안 되어

허둥지둥거릴 수밖에 없었지.


그때, 나는 언젠가 저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고, 발표하고, 소개하는 작은 꿈을 가지게 되었어.

(그 꿈은 나중에 2016년에야 이루게 되었지)




창업에 대한 충격이 컸던 이유를 복기하자면,


체계적인 교육이 없었기에 너무 쉽게 창업을 생각했다는 점이고,

방법/인프라/절차 등을 몰랐기에 준비가 고르지 않았다는 점이야.


더군다나 서울에서는 그러한 활동과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이미 필드에서 뛰고 있었음에도,

경기도 고양시의 사무실에 안주해서

세상이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는 걸 몰랐어.


책과 인터넷 속에 있는 세상으로 바라보던 창업이라는 "단어"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진짜 세상에서 보지 못 하고 있던 거지.


적어도 내가 소속했던 G 창업 프로젝트 지역에서는

나름 잘 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어.


우물 밖은 넓디넓은 생태계와

많은 경쟁자들이 사력을 다해 생존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시야가 좁은 나는 우물 안에서 누가 더 높이 점프하는지

"창업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더라고.




이러한 좌절을 밑거름으로

우리는 창업 준비를 전면 수정하기로 했어.


닥치는 대로 창업 관련 교육과 네트워킹 서치하고

사업계획서 전면 수정을 해야 했지.


그리고 

조용히 책 읽는 시간, 인터넷 하며 앉아 있던 시간을 줄이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어.


우물 밖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할게 너무 많았고,

우물 밖 세상에서 봐야 할 것들이 너무 방대했으니까.



전략을 바꾸고 4개월이 지나갈 때쯤

이전에 첫 직장의 지인에게서 한 통의 연락이 오게 되었어.


그렇게

나의 호구 짓은 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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