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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Apr 15. 2019

혁신의 탄생은 일상에서...

여기저기 혁신을 외치는데 그놈의 혁신은 어디에 있지?

혁신성장! 혁신동력! 혁신인재! 이제는 뭐든 혁신이란 단어만 앞에 붙이면 그럴듯하게 보이는 시대야. 마치 예전에 "녹색", "창조", "융합"을 붙이듯 말이야. (하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전부터 혁신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사용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워낙 창조라는 단어가 강조되다 보니... 혁신이 입에 안 붙었나 보다) 


그래서 "혁신"이라는 단어도 이전처럼 말장난, 언어유희에 불과하지 않겠냐는 자조적인 농담이 떠돌지. 하지만 "혁신"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꽤 우호적인 내 성향과 개인적인 철학이 있다 보니... 한 번은 되짚어보는 글을 쓰고 싶었어. 



먼저 혁신이라는 단어를 살펴볼까.


혁신이라는 한자어를 풀어보자면, 흔히 ‘혁신(革新) 직역해서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는 의미로 알고 있어.


가죽을 벗겨낸다 하니 생각만으로도 고통스럽고 끔찍하겠지? 이런 까닭에 혁신이란 고통스럽고 어려운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매우 공감하는 고통스러운 단어랄까?


그런데, ‘혁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혁’이라는 한자를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가죽을 뜻하는 한자는 ‘혁’ 외에도 ‘피(皮)’도 있지. 

'혁'과 '피'의 차이가 뭘까? '피'는 짐승 가죽을 벗겨낸 것이고, '혁'은 짐승 가죽에서 털을 다듬고 없앤 거야


즉, 가죽을 뜻하는 ‘피’를 쓰지 않고, ‘혁’을 썼다 함은 이미 가공한 가죽을 더 새롭게 만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다시 말해서,

이미 가공된, 있었던 것에서 한층 더 발전시켜 새로움을 만드는 것이란 거야.


혁신을 무조건 새로운, 없던 것에서 찾는 게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을 좀 더 개량/개선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어.


일상에서 마주하는 업무나 기본적인 프로세스 속에서 혁신이 나올 수 있다는 거야. 기초/기본을 등한시하고 새로움을 찾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삽질일까?



한자는 어려우니까 서양인들의 말로 한 번 해석해볼까?


영어로 혁신은 innovation이야.


in(안/내부) + nava(새로움/변화) + -tion(명사형 어미)


이미 가지고 있는 것(내부)에서 새로움이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을 뜻해. 

이야~ 어떻게 문화권이 다르고 언어가 다름에도 혁신을 바라보는 시각은 옛 선조들의 시대에도 동일했던 것 같아.




어쩌다 혁신에 대해서 설명할 일이 있어서 만들었던 표야




스타트업에게 "혁신"은 시장에 우선적으로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지. 


그래서 빠르게 성장하고, 안정화될 수 있어. 시장을 장악한 회사는 가격 결정권과 고정적인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지. 또한,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써가면서 시장점유를 높이려던 과거의 치킨게임을 피할 수가 있어. 


그런데 과도한 혁신은 오히려 고객이 거부감/생소함에 의해 외면당할 가능성도 있고, 딱히 혁신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아이템도 제한적이야. 


그 이유는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해도 실제로 구현하는 데까지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경험과 기술의 부재/재무관리와 조직관리의 미숙함 등으로 중간에 빛을 못 보고 사그라드는 케이스가 많거든. 


막상 "혁신"적이라고 알려지기 직전일 때, 대기업이나 경쟁사에 의해 흡수/합병되는 케이스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말이야(실제로 M&A는 창업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바라는 Exit로 인식되어가고 있지. 서글픈 현실이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야. 항상 틀에 박힌 일을 하고 있다고,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가 매뉴얼대로만 할 수 있다고, 보수적인 기업문화라서 혁신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 그러한 상황이기에 혁신이 일어날 기회가 더 많은 곳이고, 혁신이 될 여지가 곳곳에 있을 거야.


네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면, 지금이 바로 혁신을 찾아낼 가장 좋은 시기야.

변화와 새로움을 만들어낼 절호의 찬스지.


다만, 혁신을 일으켜야 할 동기가 없거나 그럴 필요를 못 느끼거나 의지가 없거나 누군가는 총대를 짊어져야 하는데 그러기 싫으니까 안 하는 거지.



위의 기준으로 가장 많은 혁신이 필요한 곳이 어딜 것 같아?

스타트업? 이미 창업자 그룹들은 혁신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세계라서 원하든, 원치 않든 혁신을 부르짖고 뭐 하나라도 더 바꾸려고 생존을 걸고 뛰고 있어.(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이라면 미래가 없는 곳이지 뭐)


바로 정부/공공기관이 혁신이 가장 필요한 곳이야.

가장 많은 혁신 거리들이 즐비한 곳이고, 기존의 것들을 재배열/재편성해야 할 혁신의 보고지.


정부나 공공기관, 정치나 공기업들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어야 대한민국 전체가 혁신 성장할 수 있어.



이 글을 쓰는 표면상 목적은 정부의 혁신을 촉구하고자 하는 목소리이지만,

진짜 목적은 개인의 삶 속 혁신을 끌어내자고 주장하기 위함이야. 


읭??? 이건 뭔 소리냐고?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정부 쪽 사람은 드물겠지만, 나와 같은 일반인은 그보다는 많겠지?


그리고 지금부터 남길 민감한 이야기에 질린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더 질척거리는 이야기를 하려고. 




개인적으로 너무 경쟁에 시달리다가 인위적으로 취준생이 되었거나 자발적 백수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굳이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되고 딱 지금 수준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남에게 딱히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그걸 문제라거나 결여라고 보는 시각이나 언론 보도가 문제일 수 있어. 누구나 실업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백수가 될 수 있어.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사회 부적응자라는 식의 편협한 시선은 매우 잘못된 거야. 


하지만 딱 거기에 안주하고, 더 이상 나아감이 없는 상태로 머물기로 한다면 그 점에 있어서는 꼰대스런 말을 남길게.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 특정 기간 동안의 쉼/휴식/여유를 가짐은 긍정적이지만 다음에 대한 기약도, 목표도, 계획도 없이 삶을 즐기려는 건 반댈세!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기 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대화를 해봐. 

내 삶을 혁신하기 위해서 내가 피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닌지. 등가교환의 법칙을 기억해봐. 너는 어떤 가치를 얻고 싶고,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는지. 


어떤 희생과 불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두려워서 그냥 다른 이유/핑계/타인/환경/세상을 탓하는 게 아닐는지. 현실에 대하여 욕할 수는 있지만 그걸로 끝나버리면 바뀌는 건 없지. 


타인이 널 평가하는 잣대와 시선에 굴복해서 될 대로 되라식으로 포기하는 건 네가 지는 거야. 


그들에게도 지는 거고, 너 자신에게도 지는 거야.



이 글을 읽고, 영어학원을 가라, 스펙 만들어라고 등 떠밀려는 게 아냐. 

지금의 너에게 필요한 혁신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거야. 

너의 일상에서, 너의 살아온 삶의 과거 속에서, 네 안에서부터 무얼 새롭게 할 것이지, 무얼 끄집어낼 것인지 성찰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


쉽지는 않아. 이 글 한 번 읽었다고, 어떤 자기 계발서 한 권 읽었다고, 어떤 명강연 한 번 들었다고 퍼뜩 튀어나오는 건 혁신이 아니라 그냥 깜놀이야.


철학과 인문학이 죽은 시대라고들 하는데... 이럴 때 일 수록 자기 철학과 인문학적 소양이 절실한 시대가 아닐까?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잠시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 

어디를 가야 할지 방황하는 친구들에게도 잠시 자기 방향을 재점검/재설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


난 지금의 네가 혁신해서 내일의 네가 더 잘 되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내 주변에 사람들이 다 잘되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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