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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나 김선자 Sep 02. 2022

모하에 보양식보다 특별식; 가지 타르트



꽃놀이 뱃놀이도 계속하면 식상하고, 캐비어(철갑상어 ), 송로버섯 요리 매일같이 먹으면 지겹다. 그렇게 익숙한 우리의 감각은 둔감하여 결국 신선함이나 흥미로움을 잃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무리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일지라도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먹고 취하면, 좋고 맛있는 줄을 모르게 된다는 뜻이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말은 있지만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 알고 싶다. 솔직히 가능한지를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적 성향으로 간극이 생길 수는 있겠으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위 경우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남편보다 내가 조금 더, 예민하게, 먼저 와닿았듯이.


얼마 전부터 계속해서 먹어오던 라따뚜이 음식이 그 단조로움에 서서히 식상해졌다. 남편이야 식상함은커녕 여전히 맛있다고도 하지만 나는 아니다. 이미 싫증이 났다. 그래서 색다른 음식을 찾아 인터넷상 맛집들을 기웃거렸다. 각종 음식들을 보면서 재빨리 머릿속을 회전시켜 맛과 요리법까지 상상하여 떠올렸다. 여하튼 내가 모르는 가지 요리라면 더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왜냐하면 풍년을 맞은 텃밭의 가지를 잘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리 사이트를 이리저리 뒤진 끝에 가지 타르트를 찾아낸 것이다.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을뿐더러, 요리 법이 쉬우면서도 간편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고, 육체적 노동도 크지 않다는 점이 퍽 관심을 끌었다. 처음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그리스 가지 요리 무자카(Moussaka)를 만들까도 했지만 요리법이 번거로워 포기했었다.

그런데 가지 타르트는 내가 가끔 만들어 먹는 피자 요리법과도 유사해서 도전할 용기가 충분했다. 그러나 피자를 만들 때는 토마토를 먼저 익혀 속에 든 씨와 물기를 제거하지만 여기서는 생 토마토를 그냥 사용한다는 점이 간편함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어리둥절하면서 목에 걸린 가시처럼 느껴졌다. 혹시 너무 많은 수분으로 가지, 토마토 떡이 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요리법을 반복해 읽고, 머릿속에 익히며, 그 결과를 예상도 해 보았다.


요리 전문가도 전문 요리사도 아닌, 요리에 창의력도 해결력도 부족한 나의 역량은 평소에도 어머니들처럼 솜씨 좋게 후다닥 만들어 내지를 못한다. 그래서 아무리 초간편 요리라지만, 처음 시도하는 것이므로 오직 즉흥적으로 덤벼들지는 않았다. 어쩜 나의 소심한 완벽주의적 성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여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가? 실패작이 되지는 않을까? 하필 수많은 가지 요리들 중, 내가 선택한 것이 내 예상과 빗나가는 불상사가 생긴다면? 몇 번이고 그릴 안의 상황을 살펴보며 노심초사했다. 이처럼 타르트가 익어가는 동안 내 애간장을 태웠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요리에 대한 긴장과 흥분 또한 없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맛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도, 아니, 어쩌면 처음 겪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서 냉동 닭구이도 함께 꺼내 놓았다. 혹시 맛이 없거나, 채식주의도 아닌 우리에게 고기 한점 없는 가벼운 야채 요리가 끼니로서 충분할지 어떨지 부족한 경우를 대비했었다.


그런데 아주 뜻밖에도 이런 염려를 완전히 뒤엎고 충분히 든든한 한 끼는 물론 계하에 특별식이라 아니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피자와 비슷한 듯 다른 맛이었고, 요리법은 피자보다 더 간단했다.

넉넉하게 든 버터 덕분에 부드러운 질감, 구수한 풍미로 가득 찬 타르트용 반죽과 적당히 잘 어울려진 조합의 푸짐한 야채와 포마주가 푸근하게도 마음을 잡아끄는 은근한 맛이었다. 이 끝나가는 여름에 입맛 잃은 미각을 돋우는데도 미흡함 없는, 그리고 풍성한 야채 덕분에 소화력이 좋으면서, 심지어 후식이 당기지 않을 정도로 뱃속이 든든했다. 따라서 오후 내내 군것질 생각이 아예 나지를 않았다.

이 맛에는 무공해 텃밭에서 나오는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였다는 점이 가장 큰 관건이기도 하다. 좋은 재료가 훌륭한 결과와 풍미를 낳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거기에 살짝 내 오만함을 덧붙여보면 급기야 나의 통찰력이 예민했었고, 미각적 기호가 세련되었음은 물론 용감한 응용력이 한몫을 충실히 아니했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인터넷상의 수십 개가 넘는 가지 요리 중 특별히 내가 점찍었던 것이며, 재료의 부족함이 본의든 아니든 오히려 우리 입맛에 맞는 창의성을 발휘했던 것이다. 멋진 선택이었다. 거기다가 정해진 요리법 규칙을 온전히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까지 또 한 번 각인시켜 준 셈이다.

파르메산 치즈 량을 조금 낮추었던 결과가 오히려 가벼운 풍미를 좋아하는 우리 입맛에 차라리 딱 맞았다. 이렇게 개인마다 취향에 따라 재료의 조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치즈나 야채의 량을 늘이고 줄일 수도, 또 다른 야채를 추가하는 응용력까지 발휘해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용기가 아닐까?   


거의 매일 먹던 라따뚜이가 전혀 지겹지 않다고 하던 남편도 "역시 특별식 맞는구나" "맛있어" "풍미도 세련되고..." "한 끼로도 결코 손색이 없는걸"

여기서 이 맛을 더욱 우아하게 해 주려면 무엇보다 포도주가 절대로 빠지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 요리에는 모차렐라(Mozzarella, 치즈 종류)와 파르므잔(Parmesan, 파르메산 치즈) 즉, 포마주(fromage, 치즈) 종류가 듬뿍 들어갔기 때문이다. 포마주와 포도주 그리고 빵은 프랑스 입맛에서 결단코 어느 하나 빠져서는 안 될 삼위일체나 다름없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궁합이고 완전한 조화다. 그러나 칼로리가 높다는 것도 잊지 말자.

남편은 그릴에서 새어 나오는 냄새를 맡자마자 까브로 달려간다. 마지막 남은 프로방스 산 맛있는 분홍 포도주를 들고 온다. 그의 포도주 사랑은 세월도 잠재우지 못한다.



파르메산 치즈
모차렐라


가지 타르트를 먹는 동안, 먹고 난 후, 그 맛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나 크고 흐뭇함이 넘쳐 스스로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나에게 새로운 특별 음식이 생겨나 뿌듯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 목록에 당당하게 기록될 것임에도 분명하다. 비록 여름철이 아니라도, 물론 텃밭에서 건너온 재료에 비교할 수는 없을지언정 마땅히, 언제든지,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혹 채식주의자라면, 더욱, 모자람 없는, 특별한 음식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흡족함에서 설령 음식은 아닐지라도, 글로서나마 대신 공유하고 싶었다.   


지금부터 가지 타르트 요리법을 펼쳐 보기로 하겠다. 단, 나의 경우는 미리 신선하게 반죽된 타르트용 페이스트리(pâte feuilletée)를 백 퍼센트 식물성으로 바이오 식품가게에서 샀다. 여기서 꼭 밝히는 바, 이 타르트용 페이스트리 반죽은 크르와상이나 초콜릿 빵 등을 만들 때 사용되는 밀가루 반죽으로써, 가지 타르트 요리에서 기초적 단계이면서도 그 맛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커다란 부분에 속한다.

또한 시간과 노력도 요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아니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감히 시작하지를 않았다. 타르트용 페이스트리는 쉽게 슈퍼에서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시판용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가정에서 직접 반죽해서 요리한다면, 그 풍미가 월등할 것임은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그릴이 아닌 도구에서 200도까지 온도를 올려 타르트를 구워 낼 수 있다면, 그 도전하는 응용력에도 응원한다.


우선,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부터 나열해 보자면,

- 보통 크기의 가지 2 개

- 보통 크기의 토마토 3개

- 모차렐라 250g

- 파르메산 치즈 60g (나는 30g을 사용했다)

- 타르트용 반죽(pâte feuilletée)

- 바질릭 약간

- 소금, 후추 약간


자 이제 요리를 시작해 본다.

1. 반죽을 타르트용 틀 안에 펼쳐놓고 포크로 가장자리를 포함한 바닥 전체를 골고루 찔려준다.

2. 그릴을 미리 200도까지 데워준다.

3. 파르메산 치즈를 삼분의 이 정도 량을 반죽 위에 고르게 뿌려준다.(수분을 흡수하는 파르메산 덕분에 반죽에 토마토의 수분이 스며들지 않게 되면서 맛도 훨씬 좋다)

4. 씻은 가지와 토마토를 둥근 모양으로 얇게 썬다. 그리고 물기를 제거한 모차렐라도 반달 모양으로 썬다

5. 틀 안의 파르메산 치즈를 뿌린 타르트용 반죽 위에 가지, 토마토, 모차렐라 순으로 번갈아 겹치면서 빙 둘러놓는다. 바질릭 잎도 군데군데 놓는다.

6. 5 위에 남은 파르메산 치즈와 소금, 후추를 뿌린다.

7. 그릴 안에 넣어서 25분가량 굽는다.

8. 다 구운 다음 꺼내서 2, 3분간 식힌다. 그리고 야채샐러드와 함께 먹는다.


프로방스 산 분홍 포도주 병마개를 따 놓았다는 것도 잊지 말자.

보나 쁘띠(Bon appétit,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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