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나 상담일지10
마지막 글을 쓴 지 1년이 지났다. 정리되어가는 듯했던 나의 방황은 종착지가 없었다. 그사이 나는 정든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이사를 했고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지난 글에서 내린 결론이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곳이었다. 기다림 끝에 지원을 했고, 면접을 보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그만두게 되었다.
이쯤되니 그냥 네가 조직 부적응자라고, 현실이 나빠서가 아니라 원래 현실은 그런 것이고 그런 현실에 모두 다 적응해서 잘 살고 있는데 너만 왜 그러느냐고 그런 말들이 다시 생각났다. 그 말이 무서워 참아볼까 하다가 너무나 뻔한 결론과 괴로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나를 속일 수 없었다. 그래서 되도록 빨리 정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쉬고 있다. 물론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매일매일 출근하며 일은 한다. 다만 예전에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다. 매일 매일 똑같은 곳에 가면서 낯선 나를 만난다. 내가 모르는 나는 의외로 성실했고 작은 일에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일상이 익숙해진 뒤는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일만을 통해서 자아와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 본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때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잠시 쉬어가더라도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잃지 않으면 다시 길이 생긴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