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작은집 10
지난주에 그려놓은 경계에 기초를 놓았다. 우선 경계보다 조금 넓게 버림 콘크리트를 쳤다. 버림 콘크리트는 토양의 수분이 건물 바닥으로 막기 위해 실제 기초 아래 시공하는 강도가 낮은 콘크리트 층을 말한다. 그래서 '버림'이라는 이름이 붇었을까.
버림 콘크리트를 친 다음에는 철근과 나무판으로 형틀을 만들었다. 건물의 기초가 되는 콘크리트를 붓기 위한 틀이라고 한다. 화장실이나 현관 같이 바닥의 높이가 다른 부분은 구분 지어 막아놓았다. 그렇게 짜 놓은 형틀 안쪽 바닥에 배관과 철근, 단열재를 깔고 기초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콘크리트를 붓고 바깥쪽을 둘러서 앵커를 심었다. 그 위에 기초를 놓을 거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윗면이 평탄해지도록 표면을 밀었다. 기초 공사의 핵심은 배관과 수평 맞추기라고 들었는데 아무쪼록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집은 버림 콘크리트는 20전, 기초 콘크리트는 40전으로 높이를 잡았다. 바닥에서 높이가 제법 된다. 그러고 보니 '전'이라는 척도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이다. 전은 지금으로 치면 센티미터(cm)에 해당하는 단위로 밀리미터(mm)를 나타내는 리와 함께 건설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라고 한다. 일제시대부터 쓰인 단어라고 하는데 간결하기 때문인지 익숙하기 때문인지 센티미터라는 단위가 널리 보급된 아직까지도 통용되고 있었다. 아무튼 20전은 20센티미터이다.
기초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마무리하고 콘크리트가 굳기를 기다리며 주말을 보냈다. 콘크리트가 단단하게 굳을 때까지는 28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양생 기간 동안 콘크리트는 천천히 수분을 뱉으며 자리를 잡고 견고한 기초가 되어준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28일 동안 아무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흘 정도 콘크리트 표면이 굳기를 기다렸다가 작업을 이어간다. 기초 콘크리트 표면이 단단히 굳은 것을 확인하고 둘레에 친 형틀을 제거했다.
다음 날부터는 목수팀이 현장에 들어와서 작업을 진행했다. 목수팀은 모두 네 명이었다. 집의 구조가 될 목자재가 하나 둘 입고되었고, 재단을 위한 작업대도 설치되었다. 준비를 마친 후 벽체가 설 부분에 토대(Still)를 놓았다. 토대는 골조의 기반이자 기초와 골조를 연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존에 바닥에 설치되어 있던 앵커 외에 추가로 앵커를 설치했다. 드릴로 기초를 뚫어 박는 방식이었다. 내벽과 외벽이 드러설 자리에 토대를 올렸는데 먼저 습기가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씬 실러라는 소재를 깔고 다시 방부목으로 한 단을 놓았다. 방부목은 볼트로 단단히 고정했다. 방부목 토대를 놓은 다음 날 비 예보가 있어서 물 빠짐 구멍을 마련해두고 비가 지나가길 기다리기로 했다. 나머지 자재들도 잘 싸 놓았다.
비가 그치고 방부목 위에 구조목 기초를 놓았다. 경량식 목조주택의 구조목은 캐나다에서 수입된다. 한국은 기후적, 환경적 조건 때문에 큰 나무가 자라기 힘들고 그래서 규격에 맞는 목재를 생산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친환경 나무집을 위해 긴 탄소 발자국을 찍는 셈이다. 우리 집에 쓰이는 나무들은 SPF로 가문비나무, 소나무, 전나무가 혼재된 목재라고 한다. 모두 사철 내내 푸른 침엽수이다. 등급은 2&BTR 등급으로 흔히 2등급 목재로 불리는 것이다. 피죽(나무껍질), 옹이(나무 기둥에 박힌 가지의 밑부분), 갈라짐, 청태(이끼의 포자) 등이 있어 보기에는 매끈하지 않았지만 구조재로 사용하기에 문제가 없는 등급이다. 목조주택을 지을 때 구조목은 일반적으로 이 등급의 목재를 사용한다고 한다. 포장재에 붙어 있는 라벨에 목재의 종류와 등급이 기재되어 있었다.
구조목 토대는 2단으로 설치했다. 이때 바닥의 수평을 다시 한번 잡았다. 기초 콘크리트를 아무리 정교하게 시공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바닥에 높이 차가 발생한다고 한다. 기초에 단차가 나면 안 되니까 꺼진 부분 구조목 아래에는 쐐기를 박아 높이를 맞췄다. 북쪽과 서쪽 편 외벽에 쐐기가 박혀 있다. 그때 즐겨보던 목조주택 빌더가 운영하는 블로그가 있었는데 쐐기를 박는 공법을 시공하는 것은 공중에 떠 있는 집을 짓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글이 있었다. 걱정이 되어 시공사 대표에게 문의를 했더니 나중에 바닥 선까지 바닥 콘크리트를 사춤 할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콘크리트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고자 씬 실러도 깔고 방부목도 놓았는데 그 안에 다시 콘크리트를 붓는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아 괜찮은지 재차 물었다. 별도의 방습 장치를 마련해서 걱정할 것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시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시공자를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논리적으로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정보를 찾아보았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쐐기 공법은 한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공법이었다. 딱히 표준화된 공법이 있는 것도 아니며 여러 공법들 사이에 논란이 많은 듯했다. 사실 경량식 목조주택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들어온 건축법이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곳 실정에 맞게 개량되어서 시공되고 있는 듯했다. 한국사람들은 바닥 난방을 하고, 실내에 화장실이나 다용도실 같은 습식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콘크리트 바닥층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직도 공법이나 공정을 두고 논란이 많은 듯하다.
우리 집도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디 잘 양생 된 콘크리트와 잘 놓인 나무들이 안전하고 튼튼한 기초가 되어주기만을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