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작은집 11
기초를 놓는 중에 한쪽에서는 1층 벽체를 세우기 위한 재단 작업이 진행되었다.
내가 짓는 경량 목조 주택은 19세기 북미 대륙 이민자를 위해 고안된 시공법이라고 한다. 원래 유럽에서는 두꺼운 목재를 이용해서 집을 지었는데 새로운 대륙으로 이주를 해 간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집을 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자재와 기술자를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새로운 양식의 집 짓기가 필요했다. 동시에 이민자의 수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거주할 주택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였는데 이러한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경량 목조 주택이었다.
경량 목조 주택은 쉽고 빠르고 경제적으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목재를 가볍고 얇게 규격화한 뒤 이를 조립하여 만든 집을 말한다. 19세기 초 초기 모델이 개발된 이후 꾸준히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시공법이 개량되었다. 더 경량화된 자재로 집을 짓게 되었고, 목재를 보완하기 위한 합판, 방수용 타이백 등 부자재도 개발되었다. 현재는 거의 표준적인 공법이 마련되어 있고 꾸준히 사랑을 받아 지금까지도 북미지역에서 가장 일반적인 주택 시공법이라고 한다.
경량 목조 주택의 구조재는 2*4 목재(두께 2인치, 너비 4인치의 목재)이다. 이 얇은 목재를 이용해서 벽체를 만들었다. 정확하게는 벽체가 될 조각들을 만든 후 조립하며 집의 형태를 만들어나갔다. 벽체는 세로의 구조물인 스터드(stud, 샛기둥)와 가로 구조물인 플레이트(Plate, 깔도리)로 이루어진다. 스터드는 보통 16인치(약 40cm) 간격으로 놓인다. 문이나 창문 같은 개구부가 들어갈 자리 위로는 헤더(Header, 상인방)라는 보강 물을 둔다. 이렇게 벽체를 만들어 서로 맞물리게 세운 뒤 네일 건으로 못을 막아 고정시킨다. 흔히 조립식이면 구조적으로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통으로 벽을 만드는 벽돌집이나 콘크리트 집보다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 벽체를 만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목재를 하나하나 규격에 맞게 자르고 벽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벽들을 세워서 조각 맞추기 하듯 이어 붙였다. 그렇게 외벽과 내벽이 하나하나 세워지는 것을 보니 신기해서 입이 떡 벌어졌다.
벽체가 세워지자 평면이던 공간이 입체가 되었다. 어제까지는 바닥에 놓인 기초 선을 보고 여기는 거실, 여기는 화장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1층은 이만큼 높고 여기는 이만큼 창이 놓이는 자리이고 이 곳으로 드나들고 그런 게 보인다.
벽체를 세울 때 창문과 문의 위치도 확정했다. 나중에 수정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벽체를 쌓을 때부터 확정되면 단열이나 마감을 할 때 더 깔끔하게 마무리될 수 있다고 한다. 틀을 짓고 보니 창밖 풍경이 이 집의 최고의 호사인 듯했다. 한국의 옛 건축에서는 창을 환기와 채광을 위한 기능적 목적뿐만 아니라 바깥 풍경을 보는 틀로 생각했다고 하는데 나도 이런 '차경'을 즐겨보고자 다락 창문과 거실 창을 크게 내었다. 그 외의 창문은 단열을 위해 최소화하였다. 환기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에만 시스템 창호를 설치하였다.
창호의 크기와 위치를 확정할 때 정확한 가이드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집마다 디자인이 다르고 건축주가 원하는 공간이 달라서이겠지만 경험이나 감이 없어서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나마 나중에 이 공간에서 누구와 어떤 활동을 주로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앉아보고, 서보고 간단하게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1층의 벽체를 세운 뒤 다락을 만들 부분에 바닥 장선을 깔고 그 위에 합판을 쳤다. 다락 공간이 만들어지자 사다리를 놓아 윗 공간으로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락방 벽을 세웠다. 혹시나 우리 집이 윗집 창을 가릴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리지 않는 높이로 집 구조가 잡혔다.
다락이 놓이는 부분 말고 거실의 앞부분은 천정까지 수직으로 열린 공간인데 벽체를 세우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높아서 단열이 걱정이 되었다. 뜨거운 공기는 위쪽으로 가는 성질이 있고, 나는 주로 거실에서 있을 것 같아서 여름이나 겨울이나 열효율이 걱정이다. 그래도 요즘 집은 단열 기준이 워낙 높아져 옛날처럼 벽체로 바람이 들거나 하지 않는다고 하니 단열할 때 꼼꼼하게 시공하고 살면서 보완책을 마련해보기로 했다.
다락방을 오르내리며 집의 구조를 여러 번 둘러보았다. 뼈대만 세웠는데도 집이 드러 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벽체 밖으로 OBS 합판을 둘러쳤다. 합판도 구조재의 역할을 하는데 스터드 등의 벽체는 세로 하중을, 합판은 가로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단다. 둘러보면서 구조목에 못이 너무 많이 박혀 나무가 깨진 부분이 있어 보강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