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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요구하기

바닷마을 작은집 13

by 선주

기초, 벽체, 지붕의 골조를 다 만들고 나서는 내장과 설비 공정에 들어간다. 골조 공사는 벽체를 세우고 지붕을 올리는 것과 같이 없던 것을 만드는 큰 작업이기 때문에 집이 금방 금방 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이제부터는 좀 더디게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구성된 공간을 꼼꼼히 채워나가는 공정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창호 시공이었다. 지붕을 올리는 사이 최종적으로 창호의 위치와 크기를 확인하고 창문을 발주했다. 보스톤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3중 시스템 창호로 시공했는데 유리 표면에 금속산화물을 얇게 코팅한 로이유리로 된 제품이었다. 로이유리는 열의 이동을 최소화시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에너지 절약형 유리이다. 3중 창은 유리 세 장을 샌드위치 같이 겹겹이 쌓은 것을 말한다. 바깥쪽의 샌드위치 빵은 로이 유리로, 가운데 패티는 일반 유리로, 그리고 유리 사이사이의 야채와 소스는 아르곤 가스로 넣었다. 아르곤 가스는 안과 밖의 공기층을 분리하여 실내의 에너지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창호는 색과 모양만 예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비싸고 기능을 잘 따져보아야 하는 자재였다. 겨울철에 집 안에 난방을 했을 때 약 17% 정도의 열이 창을 통해 빠져 나간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그래서 단열성과 기밀성이 좋은 창호를 선택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이 좋은 집을 짓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최근에 신소재가 발명되고 에너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고기능의 창호가 많이 나오고 있다.
나는 예산 때문에 최상의 단열성과 기밀성을 자랑하는 창호는 선택하지 못했지만 에너지 효율 1등급에 속하는 제품군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창문을 최소화했다. 창문을 끼워 넣을 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틈은 우레탄폼을 쏴서 막는다. 우레탄 폼을 대충 쏘면 아무리 좋은 창호를 달아도 옆으로 바람이 새어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꼼꼼하게 시공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렇게 공정이 진행되는 동안 장마와 무더위가 지나가고 있다. 아주 공사를 쉬는 주는 없었지만 하루 이틀 사흘씩 공사가 중간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그게 쌓이고 쌓이니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같았다.
공사 계약을 하고 시공 일정을 정할 때, 사실 이 부분이 우려되었다. 날씨가 궂은 여름철에 집을 짓는 것이 마음에 걸려 괜찮은지 물었더니 시공사 대표는 장마 전에 구조만 세워 놓으면 그 이후에는 실내 작업이 많아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완공까지 예상하는 소요 시간은 10주 정도라고 했다. 그럼 추석 전에는 마무리되고 이사도 할 수 있겠네요 이야기했다. (구두로 확인하고 말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계약서에 공사 일정을 명시해 놓거나 계약 단계에서 작업일정표를 받아 놓는 것이 좋았겠다 싶다.)


하루 이틀 미뤄지는 일정에 공정은 아직 한참이나 남은 것 같은데 벌써 5주가 지났다. 궂은 날씨에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가 작업자가 다칠 수도 있으니 공기를 재촉하지는 않았다. 유달리 잦은 비에 올해는 비가 정말 많이 내린다, 한반도의 날씨도 정말 이제 6말 7초 장마철, 장마 이후 무더위라는 공식 없이 건기와 우기로 나뉘는 건가 그런 생각만 했던 같다. (나는 기후 문제에 있어서 인간은 누구를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이 문제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어떤 날은 비가 와도 작업을 했다가 어떤 날은 날이 궂어 쉬었다가 그래서 도무지 공정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집은 언제나 지어질 수 있는가 걱정스러웠다. 출근은 해야 하니 매일 현장에 가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일 일정을 알려달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시공사 대표에게 앞으로 남은 공정과 공정별 시공 예상일을 정리해달라 요구를 했다. 대략적인 일정을 가늠하고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사이 바쁜 일이 생겼는지 요구한 지 일주일이 넘어서 작업 일정표를 받아볼 있었다.
공정은 터 작업부터 입주청소까지 16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터 작업과 기초, 골조, 창호 작업까지 마무리되었고 앞으로 전기, 내장, 외장, 지붕, 타일 등의 작업이 남아있다. 일정표에 따르면 앞으로 6주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다행히 추석 전에는 입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시간 동안은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일이 진행되어 끝까지 잘 마무리되면 좋겠다. 나는 공사가 잘 진행되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일정에 맞게 약속된 중도금을 치르고, 내가 선택해야 하는 것들(타일, 등, 마감재 등)을 늦지 않게 확정해 주면 되겠다.


모든 일이 그렇듯 집짓는 일도 내 마음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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