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작은집 15
전기와 수도 배관이 끝난 다음에는 바닥을 마무리했다. 배관을 정리하고 바닥에 스티로폼 단열재를 깔았다. 단열하면 보통 벽체를 떠올리지만 겨울철 난방열의 약 18%가 바닥을 통해 빠져나간다고 하니 바닥도 단열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단열재는 작은 발포폴리스티렌(이름도 어려운 플라스틱의 종류) 알갱이로 이루어진 비드법 1종 단열판을 사용하였다. 흔히 아이소핑크라고 불리는 핑크색의 압출법 단열재(고온고압에서 여러 재료를 틀에 눌러서 밀어내어 만든 단열재)도 많이 쓰인다고 하는데 70도 이상의 열이 가해지면 소재가 팽창하여 발포하기도 한다고 해서 비드법 단열재를 사용하였다. 퇴근 후에 현장에 가서 바닥에 단열재가 깔려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다음 날에는 콘크리트를 기초 구조목 높이까지 부어 단단한 바닥 층을 만들었다. 이 작업을 방통(방바닥 통 미장)이라고 한다. 화장실이나 현관 같이 단차가 있는 곳은 높이를 두어 시공하였다.
사실 건식 공법(철골이나 건조한 목조를 골조로 사용하는 건축물을 짓는 것)으로 시공하는 목조주택에 습식 재료(흙, 회반죽, 시멘트 등 물을 혼합하여 만든 재료)인 콘크리트를 붓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다. 콘크리트는 습기를 머금고 서서히 뱉는 성질이고, 나무는 필요 이상의 습기(함수율 25%를 넘어가는 경우)에 노출되면 썩는 성질이니까 상극인 셈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한국의 온돌 문화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북미식 목조주택은 방통을 않는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바닥을 따뜻하게 데우는 바닥 난방을 선호하고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바닥과 접촉하는 생활을 한다. 최근 입식 생활 스타일이 보급되어 침대나 입식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집에 신을 신고 들어가는 사람은 드물다. 나만해도 침대보다는 요를 선호하고, 추운 겨울에 방구석에 누워 귤 까먹으면서 책 보는 것이 가장 편안한 휴식이며 몸이 으슬으슬하고 추울 때는 따뜻한 바닥에 등을 지지며 자야 하는 사람이다.
생활 문화는 포기할 수 없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구조목을 콘크리트의 습기와 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차단 장치(비닐 등)들이 고안되었다고 한다. 사실 우리 집에 어떤 장치들이 어떻게 시공되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이맘때부터 일이 좀 바빠졌고, 퇴근이 늦어져 아침 일찍 잠시 들러 공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만 확인하고 있었다.
바람이 통하도록 창문을 개방하고, 바닥이 굳기를 기다렸다. 이틀 정도 작업을 쉬었다.
그런데 방통 공정에서 하나 이야기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난방 배관이다. 보통은 시멘트를 붓기 전에 난방관을 깐다. 그렇지만 우리 집은 방통을 할 때 난방관을 묻지 않았다. 건식 온수난방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흔히 건식난방이라고 불리는 이 시공법은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건식난방과 차이가 있다. 목조주택이 발달한 나라에서 일반적인 건식난방은 하면 라디에이터나 히터를 이용하여 공기를 데우는 방식의 난방을 말한다. 이에 반해 한국 대부분의 집은 바닥에 엑셀 난방관을 깔고 그 위에 콘크리트 층을 덮는 습식 난방을 하고 있다.
건식 온수난방은 습식 난방에 속하는 변형된 난방법이다. 방통 층 위에 홈이 파인 패널을 깔고 홈을 따라 엑셀 난방관을 끼워 시공하는 방법이다. 패널 위에 판을 덮어주고 그 위에 마루를 깐다. 이런 건식 온수난방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습식 난방은 바닥 콘크리트 층 전체를 데워 난방을 하기 때문에 천천히 온도가 올라간다. 반면 건식 온수난방의 재료들은 열전도율이 좋아 금방 따뜻해진다. 물론 그만큼 빨리 식기도 한다. 건식 온수난방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이 난방법이 전통 습식 난방에 비해서 30% 정도 열효율이 높다고 선전하는데 그것은 짧은 시간을 비교하였을 때의 이야기이고, 20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난방을 하는 경우는 두 난방법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나는 낮시간에 출근을 하고 10시간 정도 집을 비우기 때문에 집이 항상 따뜻할 필요가 없다. 필요할 때 빨리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좋겠다 생각해서 건식 온수난방을 선택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완벽하게 좋은 것은 없다. 장단점을 잘 알아보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그것이 최선이다.
(시공사 대표는 건식 온수난방을 시공하면 바닥에 콘크리트 층이 없어 친환경적이고 인체에도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 말을 바닥에 콘크리트를 안 깔아도 된다는 말로 이해했는데 건식 온수난방을 하더라도 온돌난방을 위해서는 방통을 안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콘크리트 층 위에 패널이 깔려 마감재와 바로 닿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바닥의 꿀렁거림이 있었다. 난방을 하면 패널과 판이 자리를 잡아 괜찮아진다고 우리 집은 2~3개월이 지나도 움직임이 있다. 이런 것에 예민한 사람들은 건식 온수난방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