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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Sep 19.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9월 18일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9월 18일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꽃보다 써니, 크로아티아

 오전 6시 30분부터 업무 시작이다. 왜 이렇게 일찍 도착하는 거야. 어제 정시에 마쳤으면 모를까 10시가 넘어서 끝이 났는데 이른 아침 근무라고 하니 피곤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배는 항구에 벌써 도착해 있었고, 리셉션을 열기도 전에 승객들 하선 허가가 났다.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 쉬는 시간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오전이었다. 지도를 좀 보니 구시가지만 보면 될 듯 했다. 구시가지까지 4킬로미터 정도라 걷기엔 무리인듯 하여 편하게 택시를 탔다. 어제 하이킹의 여파로 종아리 근육이 뭉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걷는 건내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힘든 날은 하루로 충분하다. 


 구시가지에 도착하니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았다. 어제 코토르의 관광객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었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도 줄을 서서 들어가야 했고, 교회 한곳 들어가는 데도 패키지 투어 일행을 만나게 된다면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전형적인 관광지의 모습이었다. 성벽으로 둘러 쌓인 구시가지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경치보는 걸 좋아하니까바닷가 쪽으로 쭉 걸어가서 보기도 하면서. 날씨는 참 좋구나. 


 저 멀리 케이블카가 보이길래 이동했다. 내 사랑 케이블카. 전망을 볼 수 있는곳이 있다면 늘 올라간다. 케이블카 쪽으로 가는 길에 공식 판매점이라는 곳이 있길래 의심없이 표를 구매했다. 20유로. 북유럽 케이블카도 이렇게 비싸지 않았는데, 역시 관광지다 싶다. 케이블카를 타려고 올라갔는데.. 줄이… 줄이… 이렇게 줄이 긴 줄 알았다면 표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이왕 온 거 1시간 기다린다 마음 편히 생각하는 수 밖에 없다. 황금 같은 짧은 쉬는 시간을 기다리는데 써야 하다니. 케이블 카는 단 두 대. 그래서 느린 거구나. 1시간을 예상했는데 30분 만에 타게 되어서 기뻤다. 어제 들고 가지 않아 후회했던 토끼 미니 선풍기를 가져갔는데,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씨가 필요가 없었다. 에라이. 드디어 올라가보니역시 경치가 아름답구나. 저 멀리 바다는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매일 바다를 보는 데도 바다는 참 아름답다. 한참을 그렇게 바다를 보며 앉아 있었다. 


 한참 구경을 하고 내려왔는데, 시간을 보니 벌써 1시간이 넘어 있었다. 그래도 멋있었으니 후회는 안 한다. 성벽을 올라가서 좀 걷다가 돌아가고 싶었다. 입구를 찾아 삼만 리. 겨우겨우 찾았는데, 케이블카보다 더 비싸다. 시간도 없고, 배도 고프고 해서 아쉽지만 사요나라. 케이블카를 탔으니까 괜찮아.


 배가 고파 배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그래도 이왕 나왔는데 밥은 먹고 들어가고 싶었다. 주변에 레스토랑을 골라 들어갔다. 먹고 싶었던 피자에 맥주 마실 걸 후회스러웠다. 결론은내 인생을 통틀어 그렇게 짜디짠 리조또는 처음 먹어봤고, 2/3을 남겼으며 그나마도 먹은 것은 오징어였기 때문이었다. 나름 몸보신 주간으로 쌀밥을 먹고자 리조또를 주문했는데 이렇게 배신을 때릴 수가. 그저 30분 식사 시간 중 친구와 와이파이로 대화한 것을 위안이라면 위안으로 삼아야하겠다. 


 케이블 카를 타고 산 정상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었다. 구시가지 성벽 근처의 바다도 밑바닥이 보일정도로 깨끗했다. 구시가지도 사람들은 많았지만 깔끔했다. 하지만 좀 아쉬움. 너무 관광지 스러웠다. 케이블카도, 성벽 입장료, 기타 다른 투어들의 가격도 많이 비쌌다. 유명해지기 시작하니 변모한 걸까. 아니면 원래의 이 모습인 걸까. 아님 짠 리조또를 먹어 언짢은 나만이 느끼는 걸까. 와까라나이…


내일은 드디어 쉬는 날(기항을 쉬는 날. 내가 일을 쉬는 날은 아니다. 그러니까 항해하는 날!) 이틀 연속 기항은 이제 없다. 좀 쉬면서 다리 근육도 좀 풀고, 체력 충전 해야 한다. 현재 상태, 방전이다 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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