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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Nov 06.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1월 3일

나 혼자만 겁네 바쁜 하루를 예상했지만 이것도 적응했는지 그리 바쁘지 않은 하루였다. 마지막 결제내역서 출력날. 물론, 승객들 하선하는 날에도 이걸 해야 하지만, 그때는 모두가 잠든 자정 넘어서 하니 프로그램이 빨리 돌아가서 쉽게 할 수 있다.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느려 더디게 진행이 되었지만 그래도 예상한 그 시간안에 모두 해내었다. 심지어 잠시 쉬고 돌아온 후에 하루 종일 밀린 일을 함에 있어서도 딜레이는 없었다. 결론은 내가 일을 잘했다는 자랑 이야기-_-;

오늘은 파티가 있는 날. 크루 파티와는 별도로 내가 속해 있는 일본 회사에서 주최하는 파티이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9시 반을 기다려 건배를 하고, 준비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미고랭, 닭튀김, 타코야끼, 일본식 김밥, 치즈 플레이트 등이 한상 가득 차려져 있고, 언리미티드 맥주와 각종 술 들도 있었다. 와인을 마실까도 했지만, 더우니 맥주를 비우고, 음식을 먹었다. 저녁을 먹었어도 또다른 배가 있는 신기한 내 배. ㅋㅋㅋ

한국어로는 뭐라고 해야 할까나. Purser 를… 치프가 생일이라 11시에 파티를 한다고 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올라갔다. 인사동에 갔을 때 열쇠고리나 기타 선물 한 것을 더 사가지고 오는 것인 것 조금 아쉽기도 하다. 캐빈을 둘러보니 코즈멜에서 사온 맥주 커버와 이쁜 한복 스티커가 있길래, 큼지막히 생일을 축하한다며 한국어로 메시지를 써서 함께 가지고 갔다. 가니 이미 풍선이며, 케익이며 다 준비해 놓았더라. 이 밤에 치프를 어찌 부를 방법이 없어 긴급상황이 생겼다 연락을 한 모양이다. 사복을 입고, 치프가 부랴부랴 달려왔다. ㅋㅋㅋ 우리는 사실 치프가 브릿지에 연락을 할까 조마조마 했다는 ㅎㅎ 그렇게 생일을 축하하고, 준비한 케익을 먹고, 사진을 찍고, 하하호호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94회때는 매일 크루바에 들러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 크루즈는 좀 자제 중. 허나 요 며칠 맥주를 계속 마셨더니 몸이 피곤하구나. 캐빈이 더워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낮에는 무슨 보수를 하는지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더 그런 듯. 한국 가면 체력부터 키워야겠다.

빅이슈를 읽다가 수박 키운 이야기가 나왔는데, 수박이 맛나게 열리건 안 열리건 봄에서 여름 넘어가는 그 시기에 하루에 한 뼘 씩 자라는 수박 덩굴이 즐거움을 주었다는 이야기. 나도 어서 텃밭을 갖게 되어 소소히 먹을 채소를 키우며 사는 그날을 꿈꾸어 본다. 아. 어서 농사짓고 싶다. 살짝 알려드리는 거지만 저의 소망 중 하나는 큰 비닐하우스 3동을 갖는 것이랍니다 ^^ 후에 농사지으며 살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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