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앵두 Nov 21.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1월 20일, 21일

11월 21일

하선 설명회가 아침부터 있었다. 각종 하선과 관련된 정보와 안내를 하는 시간. 직원들도 잠시 무대에 올라가 승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두 차례로 나누어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침 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오늘 점심은 그럭저럭 먹을 만함 ㅋㅋㅋ 갑자기 먹고 싶어진 오늘의 음식은 시장통닭. ㅋㅋㅋ

오늘도 배가 많이 흔들린다. 날씨는 맑아 보이는데 흔들리고, 발이 시려 울 정도로 춥다. 슬슬 짐도 싸야 하는데 귀찮다. 캐빈 메이트가 며칠 더 일찍 내리니 그 이후에 벌려 놓고 짐을 싸야지 싶다.

공간 자체가 한정적인 곳에서 몇 달을 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들과의 만남이 유독 그립다. 잘 안되는 카톡으로 떠는 한정된 수다가 아쉽다. 직접 만나 떠는 수다가 그립다. 반가움 조차도 그립다. 그래도 요즘은 인터넷이 배 안에서도 되니 자유롭게 연락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예전에 해외에서 생활할 때에는 정말이지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다행이다. 한국에 가면. 한국에 가면. 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누군가에게 평범한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법이지. 한국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이렇게 특별하지. 벌써부터 사람들 친구들 만날 생각에 들뜬다.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는 곧 끝이 나지만 또다른 다이어리로 돌아올지도. 나도 내가 뭘 할지 몰라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무언가 재미있는 일, 즐거운 일, 행복한 일, 특별한 일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만간, 크루즈 승무원은 내게 무엇을 남겼나. 정도의 주제로 글 하나를 써 보며 마무리 해야 겠다.

인수인계 중이라 내 몸은 편해졌는데, 뭔가 경험 없는 이에게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가 학교는 아니지 않는가. 한 숟갈 한 숟갈 떠먹여줄 순 없는 것 아닌가. 가끔씩은 숟가락으로 밥을 뜨는 법까지 설명하고 있는 나는 생각한다. 나는 어디에 있나. 나는 누구인가. 하고.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는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 갖어본다.

캐빈으로 돌아와 맥주 한 캔을 하며 책을 보는데 괜히 외롭다. 외롭다기 보다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괜히 책에다가 잘 긋지 않는 밑줄도 긋고 했다. 저녁도 허기진 식단이었기에, 봉지라면을 해 먹기로 한다. 호주에 있을 때, 취사가 안되던 숙소에서 꼬꼬면을 봉지라면 해 먹었던 기억이 나서 참깨라면을 봉지라면 해 먹었는데, 결과는 대 성공 ㅋㅋㅋ 역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걸까. 척박한 환경에서 아이디어가 샘 솟는 거겠지. 라면도 배불리 먹었으니 오늘은 책을 보든 그림을 그리든 영화를 보든. 나름 의미 있는 남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11월 20일

배가 많이 흔들려서 몸이 피곤한가보다. 자도자도 잠이 자꾸만 온다. 점심과 저녁 먹을 게 하나도 없어서 강제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 배고프다. 자꾸만 배가 고프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