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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Dec 02.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1월 22일

맛있는 것 좀 먹었으면 하는 날들이다. 윈다에게 저녁에는 나미헤이에 올라가서 저녁을 먹자고 이야기 해 둔 터였다. 날씨도 쌀쌀해 졌으니 우동 한끼 하고 와야지 싶었다. 하선할 때가 되어서 그런가 메스의 음식들에 질렸나보다. 이렇게 음식투정하는 사람이 아닌데.(라고 쓰고 문득 매일매일 음식 투정 했던 게 생각이 났다…. 부끄…) 나미헤이 안에는 승객들로 꽉 차 있다. 아무래도 마지막의 아쉬움을 달래려고 모두 저녁을 먹고 술 한 잔 하나보다. 이제크루즈 생활도 적응할 대로 적응해서 사실 할 일이 없는 건 아닐까? 이렇게라도 아쉬움을 달래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야외에 구석에자리 잡았다. 그 누구도 찾을 수 없게 ㅋㅋ 사실 나는 구석 자리가 좋다. 나미헤이에 출입할 수 있는 크루들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괜히 미안한 마음에서다. 뭔가 불공평해. 예전 크루즈 회사에서는 모든 이가 승객들의 유료레스토랑에 명찰을 하고, 결제만 한다면 누구나 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이렇게 또 나는 회사 디스를 한다…. ㅋㅋㅋ

나미헤이 우동은 이미 품절인지 메뉴에 없다. 아쉬운 데로 소면을 시켰다. 면만 우동면에서 소면으로 바뀐 형태인 듯. 그리고 오랜만에 진토닉. 윈다는 오차츠게(?) 밥 위에 고명 같은 걸 얹고 국물을 넣어 먹는것을 시킴. 별미인 닭껍질 만두도 시키고, 오징어 튀김도함께 시켰다. 난 이 닭껍질 만두가 그리 맛있다. 만두피대신 닭껍질로 만든 만두다. 지난 크루즈 때는 자주 먹었으나 이번 크루즈는 품절이라 못 먹었었는데 메뉴에있으니 또 시켜본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며 모든 음식 클리어. 으흐흐.

직원들 쇼가 있는 날이라 7층 브로드웨이 극장으로 가 보았다. 사람들이 뒤편까지 다 서 있어서 잘은 보이지 않았는데, 어설프지만개그가 주인 쇼를 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캐빈으로 내려왔다.

요즘 굉장히 예민하다. 신경이 날카롭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매일 매일 심심하지 않게 해주기도 하고, 더구나인수인계 중인데 노코멘트.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애써 참은 마음이8개월간 쌓였다가 이제 폭발하는 기분이랄까. 그러다 문득 모든 일에 이유가 있겠지 하는마음으로 도를 닦는 심정으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하지만 언제나 나의 마지막 물음은 언제까지 도를 닦아야하느냔 말이다… ㅋㅋㅋ

어서 시간을 지나갔으면 좋겠다. 하선을 향해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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