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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Dec 05.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1월 27일

D-1. 사실 정작 당일 보다는 이 하루 전날이 더욱더 설레이는 건 아닐는지. 이런 날은 조금 더 쉬게 해 주지. 승객 36명 케어 하는 것 때문에 모두가 스탠바이 하는 건 정말이지 비효율적이다. 그래도 즐겁다. 난 내일 하선하니까!!

무언가 아쉬운 마음 반, 기쁜 마음 반으로 캐빈으로 돌아왔다. 낮에 리셉션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득템한 와인 한 병을 들고서. 왜이름도 안 쓰고, 안 가져 가는 거야. 알고 보니 1년 전에 승객이 한 크루 멤버에게 주었던 와인. 으흐흐… 종이컵도 챙겨 놓고, 남은 하나 소중한 짬뽕도 끓여 먹어야지. 

내일 하선자를 대상으로 짐검사가 있었다. 무거운 짐 두개를 질질 끌고 3층 짐검사장으로 향했다. 하선 인원만 40여명이라 조금만 늦게 왔어도 한참을 기다릴 뻔 했다. 짐검사도 끝. 나는 25kg 캐리어 하나 옷가방 하나. 옷가방이라고는 하나 들고 온 책을 다 넣으니 10kg 는 족히 넘는다. 어깨 빠지는 줄… 이걸 들고 어찌 집까지 간담… ㅠㅠ 모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하도록 한다.

캐빈으로 돌아와 세팅을 하고, 정리를 했다. 내 방에는 마침 한국인 동생이 방문을 하였는데, 와인을 오픈하기로… ㅎㅎ 동생이 방에 다시 돌아가 이것 저것 안주거리 과자도 챙겨왔다. 와인은… 너무.. 너무.. 너무.. 달았다. 그래도 술이니까 괜찮아 ㅎㅎ 그렇게 폭풍 수다를 떠는데윈다도 일을 끝내고 왔다. 배고픈 동생은 미역국을, 나는짬뽕을, 윈다는 오징어 젓갈을 가지고 와 진수성찬을 차렸다. 그렇게 한참을 감동하며 먹고, 크루바로 이동했다. 내 아이디 카드는 정지 되었지만, 윈다는 풀었나보다. 나도 풀 수 있었지만 현금으로 계산하는 게 귀찮아 그냥 놔두었었다. 고마워 맥주… ㅋㅋ

내일 하선이 다들 즐거운지 신나는 음악 빵빵, 신나게 댄스 댄스를 추고 있는 중이었다. 조명도 어둡게 해 놓고서. 나도 이 즐거운 대열에 합류하고 싶었지만, 눈요기만 하기로 ㅎㅎ

내일 저녁은 한국에서 먹는 삼겹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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