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크루즈 승무원 일기입니다
2017년 4월 16일
세월호 3주기다. 그동안 관심을 많이 갖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때는 발리에서 일하고 있을 때로 사건 당일은 한국에서 휴가 중이었고 다음날 발리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모두 구조했다는 언론 보도를 믿었기에 단순한 사고로 생각했는데 발리로 돌아간 후 들은 소식은 정말 충격이었다.
그러나 외국에서 일한다는 핑계로 세월호 이후 과정을 잘 알지 못했다. 관심을 갖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일은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다는 것뿐이다.
2017년 4월 5일 약 열흘 전 오션 드림 호에 승선했는데 새로운 배에, 환경에, 업무에 적응하느라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다. 작년 2주기 때는 세레나 호에 막 승선했던 때였는데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잊어버렸다.
배 위에서 생활하면 날짜와 요일보다는 항해일, 기항 일이 더 중요하여 날짜와 요일 개념이 약해진다. 3주기 때도 마찬가지로 날짜가 어찌 가는지도 모르다가 전날 선실로 배달된 선내 신문을 보고는 아차 싶었다. 다음날 세월호 추모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추모식은 업무시간인 오전 10시 10분부터라 출근하자마자 매니저에게 양해를 구하고 10시쯤 추모식이 열리는 야외 갑판으로 올라갔다. 승객, 승무원 등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는데 한국 승객뿐 아니라 외국 승객도 많이 참석해 놀랐다.
일본인 크루즈 디렉터와 피스보트 한국인 직원이 차례로 일본어와 영어, 한국어로 세월호 참사를 설명했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1분간 묵념하는 것으로 추모식을 마쳤다. 한 장소에 모여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의 자리를 만들어 준 피스보트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승선 중에 바다 한가운데서 세월호 추모식을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일본 국적 단체가 추모식을 주최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추모식 내내 알 수 없는 미안한 마음에 울컥했다.
바다도 유난히 잔잔하고 맑다.
마치 오늘만은 그날을 기억할 수 있게, 오늘만은 평화롭고 싶다고 다짐이라도 하는 듯이.
* 다시 쓰는 크루즈 승무원 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