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크루즈 승무원 일기입니다
승선 중에는 크루즈가 기항지에 정박하는 동안 잠시 하선하여 육지를 밟는 것 이외에는 크루즈, 즉 배 위에서 생활한다. 승객, 승무원 모두 같다. 그곳에서 먹고, 자고, 즐기고, 일하는 것이다. 항공 승무원은 공항 근처의 숙소가 제공되지만, 크루즈 승무원은 배 안이 숙소이자 일터인 셈이다.
크루즈의 객실을 선실(캐빈, cabin)이라 하고, 함께 선실을 쓰는 사람을 캐빈 메이트(Cabinmate)라 한다. 배라는 한정된 공간이기에 선실의 크기는 매우 작으며 특히 승무원 선실은 더욱 그렇다.
정말 행운이라고 해야 할 까. 나의 캐빈에는 무려 창문이 있었다!!! 물론 밖에서 닦지 못해 뿌옇게 보였지만. 큰 행운...
선실 안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추어 있지만 크기는 작은 미니 미니 선실이라 보면 된다. 승무원은 대부분 2인 1실의 선실을 쓰며 같은 부서, 같은 국적의 승무원끼리 배정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레나 호와 오션드림 호에는 같은 부서에 한국인 승무원이 없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인, 중국인, 일본인 등과 함께 같은 선실을 썼다. 다행히 성격이 무난한 캐빈 메이트들을 만나 승선 기간 내내 별 탈 없이 지냈다.
일반 승무원 선실인 2인 1실에는 이층 침대가 있다. 매니저급 이상은 되야 1인 1실을 쓰는데 2층 침대 위 칸을 벽쪽으로 닫은 형태라 캐빈 크기는 동일하다. 대부분의 기숙사 및 게스트하우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먼저 오는 사람이 이층 침대 중 어느 칸을 쓸지 선택한다.
이층 침대 아래층, 위층에 모두 커튼이 있어 나름의 사생활을 보장한다. 선실에는 언제든지 승무원과 연락을 할 수 있는 유선 전화기가 있고, 캐빈 메이트와 함께 쓰는 책상 하나, 작은 옷장 두 개, 침대 밑에 서랍 두 개, 티비, DVD플레이어, 구명조끼 두 개(가장 중요!) 등이 있다.
작은 공간에 낭비하는 공간 일절없이 갖출 것은 모두 다 갖춘 형태다.
한국의 고시원에 가 본 적이 있다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세레나 호의 티비에는 각국의 채널이 정말 많아 보는 재미있었는데 오션드림 호의 티비 채널은 자체적으로 트는 영화가 전부였다.
심지어 2017년 오션드림 호에는 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도 유물인 뚱뚱이 티비였다! 시대를 거꾸로 사는 줄! 지금은 제발 업그레이드를 했으면 좋겠다.
볼 수 있는 채널도 없어 항해하는 모습을 크루즈 정면의 CCTV로 보여주는 채널에 고정시켜 놓고 주로 날씨 확인만 하였다.
화장실은 두 명이나 네 명이 같이 쓴다. 네 명이 같이 쓰는 경우 선실 두 개 사이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 형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화장실에는 샤워공간, 변기, 세면대가 있는데 다행히 뜨거운 물과 수압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다. 그러나 배가 흔들리는 날에는 함께 리듬을 타면서 샤워를 해야 한다는 단점은 있다.
승무원의 캐빈을 청소해주는 승무원(Cabin steward, 캐빈 스튜어드)이 있어서 매일 간단한 청소를 해주고, 쓰레기를 비우고, 수건을 교체해준다. 늘 바쁘게 나가 정리 못 하는 침대도 해 주었는데 너무 편리하고 좋았고, 고마웠다.
* 다시 쓰는 크루즈 승무원 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