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철저한 계급사회
승무원 식당을 크루 메스(Crew Mess)라고 부른다. 승무원은 승객이 이용하는 레스토랑에는 특별한 용무가 아니면 출입할 수 없다.
<세레나 호>
세레나 호에는 천여 명의 승무원 수에 걸맞게 크루 메스가 4개나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끼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아침 일찍 혹은 밤늦게 일하는(카지노나 바) 승무원을 위해 간단한 식사가, 아침과 점심 사이, 점심과 저녁 사이에는 휴식 시간을 위한 티타임 개념으로 간단한 빵과 음료, 커피가 제공된다.
그야말로 온종일 운영하는 것이다.
<오션드림 호>
오션드림 호의 두 개의 크루 메스도 삼시 세끼가 제공되고, 일요일마다 특식이 나오는데 이를테면 스테이크, 스시 등이다.
신나는 일요일이다!
일요일만 기다렸다는....ㅎㅎ
만약 크루즈 기항 일정을 이유로 승무원들이 이른 출근(오전 6시쯤 출근)을 해야 한다면(우리 부서의 경우는 이른 시간의 기항지 도착 등) 매니저가 레스토랑에 미리 아침 식사를 주문할 수 있는데
감사하게도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오니기리(일본 회사라서)나 주먹밥, 샌드위치 등을 우리 부서 사무실까지 갖다주었다.
하루 세 끼를 승선부터 하선때까지 약 8개월간 매일 계속 먹어야 하니 집 밥같이 느껴져서 인지, 아니면 회사 식사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좀 맛있어.... ㅎㅎ
비슷한 메뉴이긴 했지만, 매일 매끼 직접 식사 준비할 필요 없이 샐러드, 주메뉴, 디저트, 음료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숨 막히는 철저한 계급사회>
크루즈는
내가 이제껏 경험했던 모든 사회를 통틀어
가장 숨 막히고,
가장 철저한,
가장 명확히 구분되는
계급사회다.
아무래도 한정된 공간이라는 특수성때문에
엄격한 규율이 필요할 것이다.
안그러면 통제가 되지 않을 테니까.
세레나 호는 크루 메스가 4개
오션드림 호는 크루 메스가 2개 있었다고 했다.
나의 신분(?), 나의 포지션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엄격히 제한된다.
크루 메스가 A, B, C, D 가 있다고 하자.
내 포지션에 허용되는 레벨이 C라고 한다면,
나는 C, D를 출입할 수 있다.
내 포지션에 허용되는 레벨이 A라고 하면(보통 캡틴이라 불리는 선장님, 각 부서의 우두머리들)
A, B, C, D 모두 출입할 수 있는 것이다.
C인 내가 B에 출입한다면? 바로 경고.
누적되면 강제 하선해야 할 수도 있다.
여담인데,
호텔 디렉터 비서 신분이라
매니저들과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부서장들과 친분이 있었다.
그러다 하루는 레스토랑 매니저와 그룹 매니저와 이야기하다가 배가 고파 야식을 먹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B 크루 메스에서 소시지와 계란 먹자는 이야기) 그런데 나(C) 때문에 가질 못함ㅋㅋㅋ
그립다.
먹는 걱정 없이
늘 먹을 수 있던 그 때가.
지금도 포동이고,
그때도 포동이라면
잘 먹고 포동이가 되고 싶구나... ㅎㅎㅎ
+
난 이런 급식 체질인 뎁.
회사 식당 밥은 늘 맛있었는데...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오늘은 뭘 먹지? 다.
그냥 누가 다 알아서 차려줬으면 좋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