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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111.빼빼로데이에 혼술, 혼밥을?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하는 나에게 선물해도 좋은 날


오늘은 빼빼로데이라고 하는데요, 역설적이게도 2017년의 트렌드 키워드이기도 한 '각자도생'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각자도생이란, 국가도 사회도 가족도 나를 보호해줄 수 없고, 어떻게든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나타내는 사자성어인데, 최근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내년의 소비트렌드로 제시한 바 있죠.


이틀 전,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트가 당선되면서 올해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브렉시트'에 이어 세계적으로도 '각자도생'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일본 아베, 러시아 푸틴, 중국 시진핑 그리고 미국의 트럼프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지도자들이 대부분 극우 성향의 스트롱맨이 자리잡아 2017년 국가간의 역학관계에서도 구한말 흥선대원군 집권 시절을 상기시키는 것 같아요.



이제 쇄국 정책으로 바꾸고 수출보다 내수 경기를 부양해야 할까요? 이번 미국 대선에서 저소득 백인 유권자들이 민들어냈다고 전하는 트럼프의 승리는 게이트로 얼룩져 나라 전체가 충격과 분노 가득한 우리나라의 내년 대선에도 돌풍이 예상됩니다.


이번 주말 광화문에서 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우리 사회도 정치개혁과 변화의 바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서점가에선 벌써부터 트럼프 알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고, 향후 정국에서 한국의 새 지도자로 누가 제 2의 트럼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될 것 같아요.


국가 뿐일까요? 시장조사기관 마이크로엠브레인이 내놓은 '2017 대한민국 트렌드' 보고서에서는 2016년 한국 사회의 자화상으로 혼밥·혼술족 등 자발적으로 혼자 활동하는 소비 성향이 강화되는 한편, 역설적으로 나홀로 활동의 증가와 더불어 고독을 경험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집단적인 결핍 증후까지 보이면서 나와 비슷한 타인의 일상을 궁금해하고 엿보는 심리의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연예인들이나 일반인이 등장하는 '나혼자 산다', '혼술남녀'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며 방송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 같고 내년엔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혼술,혼밥은 개인주의가 확장되고 사람간의 대면 교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대신에 결핍과 관계의 욕망을 익명성의 비대면 교류를 통해 채우려는 현대 사회의 한 단면으로, 고독을  상징하는 반면 나에게 힐링의 계기와 자아의 정체성 회복의 계기를 제공하는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경향신문, 10일 자 '혼술혼밥은 안식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진정한 혼술혼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며 젊은 세대의 긍정적인 문화로서의 잡념 없이 자기가 원하는 일에 몰두하는 혼술, 혼밥 등 나홀로 먹고 마시는 활동은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얻기 위해 우리가 현재 할수 있는 안식 행위로 볼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소개된 영화배우 최덕문의 먹방 장면이나 모델 한혜진의 힙업 운동, 뮤지션 슬리피의 아나바다 행위는 싱글라이프의 웃픈 일상이어서 공감하기에 충분해보였어요.


연극배우 출신의 최덕문이 대학로 주변을 거니는 모습이나 런웨이에서 단 한번의 멋진 순간을 위해 고통스럽지만 바벨을 들어 올리는 한혜진, 가스레인지를 기부받아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슬리피 등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같아 고개가 끄덕여지고 새로운 감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지금 힘들지만 묵묵히 버티면 해뜰 날이 올테니까요. 빼빼로데이는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하는 나에게 선물해도 좋은 날 같아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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