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직시하고 시민의 숙원인 적폐 청산할 수 있는 선택해야
최근 조기대선 국면으로 정국이 전환되면서 지난해 연말 그 뜨거웠던 촛불 민심의 열기가 다시 소거되는게 아닌지 걱정 됩니다.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과 비선실세에 의한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으로 분노하고 애통해했던 그 마음들은 다 어디가고 정파적 득실 계산에 따른 정치권의 이합집산만 미디어를 가득채울 뿐입니다.
세 달 전, 모닝레터에서 정신적인 견고함이나 영적인 분별력이 결여된 지도자가 비선과 비밀라인을 시스템에 우선시해 국가를 총체적 위기로 몰아 넣으며 국격을 상실케 한 헌정 초유의 사태를 유발했다고 '동조를 깨트리며 저항할 용기'에 대해 사유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언론 보도를 보면 정권교체를 시대적 과제로 내건 최근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VS '반문'이라는 이분법 구도로 몰아 시민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무너지는게 아닌가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광장에서 시민들은 적폐 청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했었는데,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은 연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빌미로 최대한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 정치수명을 연장하려 있고, 당명을 바꿔 31명의 현역 의원이 탈당한 새누리당은 분당만 되었지 해체되지 않고 국정농단의 공동 책임을 회피하며 피상적인 개혁이란 미명아래 또 다른 권력 다툼만 하는 듯 보입니다.
지난해 종교개혁 주일을 맞아 필자가 다니는 교회의 설교에서는 "거짓된 마음으로 사람을 속이면 우리의 삶에서 무당기가 발휘되면서 국가는 물론 가정, 기업에서도 중요한 네 가지를 상실한다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었죠.
사이비란, 외모는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전혀 다른, 즉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하는 말로, 공자는 「논어」 양화편에서 "사이비를 미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말만 잘하는 것을 미워하는 이유는 신의를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다"라며 "인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겉만 번지르르하고 처세술에 능해 덕을 해치는 사람으로 보았기 때문이며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사이비가 활개친다라고요.
첫째, 분별력이 사라져 판단력이 결여되고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해 탐욕적인 이기주의로 변질되고 둘째, 말과 행위에서 죄책감이 사라져 윤리, 도덕성을 상실하며 셋째, 인간이 지닌 자유와 자율성을 상실하게 돼 주종 관계로 묶인 채 사이비종교처럼 무속적인 권력에 농단되고 넷째, 개방성이 없어져 비밀과 신비주의를 조장해 시스템보다 비밀과 비선 라인이 우선시되어 공의와 정의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었죠.
필자 역시도 SNS에서 각종 분노의 태그 공세에 동참하면서 대통령하야와 집권당 해체를 요구했었는데, 최근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혹한의 겨울, 광장에서 촛불과 횃불을 밝혔던 우리는 적폐 청산과 시민 민주주의의 회복이란 본질의 칼날은 무뎌지고 정치 무관심만 키운게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다시 그때의 설교 동영상을 보게 됐어요. 성서 속 지도자 모세의 출애굽은 거대한 권력자에 저항하며 억압과 굴욕의 역사에서 해방을 이끌어낸 사건으로, 최근 개봉한 영화 <더 킹>이나 확장판으로 개봉한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과 전하려는 메시지와 맞닿아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과 데자뷔되는 것 같아요.
성서 속 모세의 탄생은 남자아이를 강물에 빠뜨려 죽이고 여자아이를 사유화하라는 애굽의 바로의 명령을 거절하고 하늘을 경외한 유대인 산파의 단순하지만 담백하고 기본적인 지혜가 담긴 분별력 있는 용기가 있어 가능했다는 것이죠.
마치 우리가 어릴 때 주먹다짐을 할 때, 주먹 쓰는 자들 앞에서는 움츠리지만 옆에 아빠가 있으면 두려움을 잊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요, 산파들은 히브리어로 '아바(아버지)'라 부른 하나님을 두려워해 인간의 명령은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러한 용기는 공의나 정의, 사랑과 긍휼을 베풀며 악을 벌하는 권력자는 믿고 따르지만 불의에는 저항하며, 잘못된 것을 비판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들 산파들은 "히브리 여인은 애굽과 달리 건강해 이미 출산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지혜로운 생각과 말로 살인방조자라는 멍에를 피했고, 애굽왕 바로가 남자와 여자아이를 구별해 죽이라는 명령에 모세를 갈대상자에 넣어 애굽 공주가 키우도록 했다는 겁니다.
작가 톨킨도 시리즈 최종편인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에 왕들의 도시, 미나스 티리스의 섭정 군주 데네소르의 에피소드에 '편법과 반칙으로 왕좌에 오른 권력자에게 시민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질문하면서 플라톤의 「국가」 속 기게스의 반지 우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았어요.
히브리의 산파가 빛의 메신저였듯이 반지의 제왕 3편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의 분별력 있는 결단과 지혜로운 용기는 반전을 펼쳐내지요.
빛의 여왕 갈라드리엘(케이트 블란쳇 분)은 반지원정대의 여정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해주고, 엘프 아르웬(리브 타일러 분)은 중간계 대륙 곤도르 왕국의 후손인 아라곤(비고 모텐슨 분)이 수도 미나스 티리스에 귀환해 곤도르의 후예라는 결정적 증표를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해가며 검을 만들어 전달해주죠.
펠렌노르 전투에서 고대 맘모스를 연상케하는 거대한 무마킬(전투코끼리)을 앞세운 남부 하라드림의 합류로 로한 왕국의 세오덴 왕이 전사하며 수세에 몰리자 후계자인 에오윈(미란다 오토 분)은 무마킬 다리 사이로 돌진해 양 손에 검을 휘두르며 다리를 두동강내고 비행부대인 나즈굴의 수장 마술사왕을 죽이는 호연지기로 이겨내며 전투의 반전 계기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의 정치도 절대반지에 비유할 수 있는 차기 대통령 자리를 놓고 미디어 공세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리고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새 지도자를 뽑아야 <더 킹>이나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에서처럼 시민의 힘으로 우리의 숙원인 적폐를 청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이비를 분별할 수 있는 힘으로 국가의 주인이 되시길.
From Mornin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