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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0403. 졸혼(卒婚)을 피하는 방법

노부부처럼 부부나 연인의 공동 계정 운영, 욕구와 문제 수시 대화 노력


지난 1일자 주말판 중앙일보에는 커플룩만 100벌이라는 60대 잉꼬부부의 사랑법이 소개됐는데요, 인스타그램에 약 40만 명의 팔로어를 기록하고 있는 노부부의 얘기는 사랑마저 일회성으로 치부해버리는 현대 사회에 귀감이 될 만합니다.  

 

지난 2011년부터 각자의 계정으로 인스타그램을 이용했던 이들 부부가 커플룩을 입고 공동 계정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한 건 불과 5개월 전이었죠.


20-3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스타그램에서 노부부의 커플룩은 화제를 낳았고 색상과 무늬, 패턴에 통일성을 띤 패션 코디를 한 채 데이트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려 놓았다고 해요.



SNS에서 팔로어들의 '좋아요' 반응과 '나이들어 이렇게 살고 싶다'는 격려 섞인 댓글이 쇄도했고 "더 친밀해지고 외출도 즐거워졌다"며 '멋쟁이 커플'이라 불리는 주변의 시선을 즐긴다는 노부부는 최근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은퇴하게 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됐는데요, "나이가 든다는 건 우리에게 두려움이 아닌 설렘이다"라는 말로 대신했어요.


이와 반대로 '졸혼(卒婚)'이란 국내에서는 <졸혼시대>로 변역돼 출간된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졸혼을 권함>에서 나온 생활양식으로, 일본에서 황혼기 부부가 혼인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꿈을 위해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사는 결혼을 졸업하는 것이라고 해요.


부부가 이혼이 아닌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사는 것을 말한다고 해요. 결혼의 의무에서 탈피, 사회학적인 부부 관계는 유지된다는 점에서 이혼, 별거와 구별되죠.



그 동안 일본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졸혼'이 국내 드라마에서도 등장하고 있어요. 최근 방영 중인 SBS의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에서 중년 부부는 황혼 이혼 대신에 한 집에 살되 서로의 사생활에 대한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지내기로 하고, KBS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는 졸혼 부부를 소재로 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실제 졸혼을 선언한 중견배우 백일섭은 KBS의 예능 프로그램<살림하는 남자들2> 등에 출연하면서 전통적으로 유지돼 왔던 한국의 가부장적인 결혼제도나 가족 주의를 해체하고 있는 최근 생활양식의 흐름을 소개했죠.


가족구조의 변형과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반영하는 보도기사도 얼마 전 눈길을 모았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제목 처럼 2015년 경에 50세 여성 10명 중 1명은 '비혼'일거라고 전망하면서, 여성의 독신율이 2025년 두 자리수는 10.5%로 급증할 것이라고 했어요.



최근 청춘남녀들에게 결혼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란 인식이 확대되고 졸혼이 일자리, 주거 등 심리·사회·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라고 해요. 자녀·이웃과의 관계를 허물지 않고, 경제적인 독립도 최소화하는 삶의 방편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졸혼은 독립적인 삶을 통해 꿈을 찾고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면서도 소원했던 부부 관계를 반전시킬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까지 멀어진다'는 말처럼 이혼으로 갈 가능성이 크고, 경제적으로도 위축돼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에 금슬 좋은 일본의 노부부는 졸혼에 대해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가 이혼이나 별거하는 건 안타깝다"고 전하며 비혼 현상에 대해서는 "결혼해도 경제적인 빈곤이나 육아가 힘들어 결혼에 대한 기대가 줄어드는 건 자연스럽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가정을 갖는 건 큰 행복’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혼자보다 둘이 된 후 세상을 보는 시야가 몇 배는 더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조언했어요.



일본이나 한국이나 고령화와 경제의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연애, 결혼, 황혼 이혼 등 생애주기에 따라 생활양식이 변화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회·경제적 흐름에 따른 라이프스타일과 가족제도의 변화는 더욱 심화될 거라고 예상됩니다.


하지만, 각자나 공통의 취미를 가지면서 대화소재를 풍부하게 하고 SNS를 선호할 경우 노부부처럼 부부나 연인의 공동 계정을 운영, 놀고 생각하고 쓰는 일을 계속해 나가고 현재 대화가 없어 갈등하는 부부들도 상대의 욕구와 문제에 대해 수시로 대화해 나간다면, 졸혼까지 치닫는 선택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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