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모닝레터_0501. 작은 사치, 디저트의 풍미

서울디저트페어,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 찾아 한시간 전부터 장사진


음료나 외식 산업은 침체 속에 있는데, 욜로(Yolo) 라이 트렌드를 따라 나를 위한 ‘작은 사치’로 디저트에 지갑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 같아요.


10~20대 여성들이 주축이 된 이른바 ‘디저트 노마드족’(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찾아다니며 맛을 보고 사는 사람들)이 지난 주말 29일과 30일, 양일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 센터에서 개최된 '서울 디저트 페어'에 몰려들었어요.


2016년 기준으로, 국내 디저트 시장은 전년 대비 14%가 성장한 9조 원 규모였다고 하는데요, 국내의 내로라하는 제과, 음료 및 편의점 업체가 원두커피를 이을 프리미엄 디저트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베이커리를 강점으로 내세운 일부 커피전문점도 디저트 메뉴의 차별화에 나서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나섰습니다.



경기 불황 속에서 유독 성장세가 눈에 띄는 디저트 시장에 출사표를 낸 청년 기업가와 기발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총출동한 듯한 이번 행사에서는 대표적인 디저트 메뉴인 조각 케이크, 아이스크림은 물론 알록달록 형형색색으로 존재감을 뽐내는 타르트, 파이, 머핀, 머랭, 마카롱 등이 즐비했어요.



필자가 좋아하는 파운드 케이크, 마들렌, 브라우니, 호두/피칸/아몬드 등 견과류가 들어간 쿠키는 물론 초콜릿, 양갱, 곡물바까지 베이커리와 디저트 카페를 한데 모아 놓은 것 같았어요.


매번 행사 때마다 테마를 걸고 진행된 이번 전시의 테마는 딸기로 마니아 사이에선 '딸기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딸기를 주제로 5천 원 이하의 가격으로 건강과 가성비 측면에서 훌륭한 먹거리를 선택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행사의 슬로건처럼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생각할 정도로, 몇몇 부스에서는 수십 분을 줄을 서 기다려 디저트를 사는가 하면, 식감도 보기에도 좋은 디저트 메뉴와 딸기 홍차 블렌드, 딸기 수제잼 등 과일잼, 액상 초콜릿으로 탑을 만든 해외 유명 디저트까지 한자리에 모였어요.


특히 서울 디저트 페어는 이들 디저트 노마드족에게는 페스티벌이나 파티와 같은 기회로, 행사 오픈 한 시간 전부터 10~30대 여성과 연인 단위 관람객들이 aT센터 외곽을 가득 메운 채로 장사진을 이루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어요.


일반적으로 유료 전시관람에서 콘서트가 아닌데도 버스정류장이 인접한 장소에 줄을 세우는 건 이해가 안됐는데, 이러한 수고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관람객들은 오랜 기다림 속에 디저트의 풍미에 빠져들며 보상받는 것 같았어요.



여느 전시회와 달리, 테마별로 진행되는 서울 디저트 페어는 빛깔도 건강에도 좋은 먹거리 뿐 아니라 청년들의 재능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해 인기 캐릭터를 쿠키나 빵으로 만드는 등 볼거리 측면에서도 풍성했습니다.


현장은 생산자들의 구애와 소비자들의 관심으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고, 시민들은 주말 데이트나 소소한 일상을 SNS에 알리며 "요즘 이렇게 노는 것이 대세"라고 하는 것처럼 다가왔어요.


조금씩 사다 보면 어느새 한 보따리가 되지만 내가 좋은 것에는 '작은 사치'마저 아깝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욕구를 고스란히 대변해주는 최신 트렌드 같았어요.


필자 역시도 지난주에 식사는 김밥이나 빵으로 떼우고 호두타르트를 디저트로 찾았고, 이번 주말에 교회 인근 카페에서도 연령에 무관하게 커피보다 두 세 배가 넘는 가격의 디저트를 함께 즐기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오히려 메인인 식사보다 포만감과 미각을 만족하게 하는 디저트에 작은 사치를 누리는 트렌드가 계속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From Morningman.


매거진의 이전글 모닝레터_0430. 최고의 직업 발표, '창직'의 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