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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자평으로 풀어 본 BiFan 일주일 간의 기록

다양한 장르 영화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 눈길


그 어느해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여름 휴가철에 부천시 일대에서 개최된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2017)가 지난 달 21일 막을 내렸다.

영화제 기간 중에 국내 극장가의 화제작이었던 <덩케르크>와 <군함도><송투송> 등이 리뉴얼을 마친 서울의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 시사회가 개최돼 11일 간의 영화제 기간 중 일주일을 부천에 머물면서 기존 개봉관에서는 관람하기 힘든 다양한 장르 영화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체력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한 편이라도 더 보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개막식 행사 참관객과 영화 관람객의 구분 등 통제가 잘 안된 채 어수선한 가운데 관람한 개막작 <7호실>부터 시작해 극장용 개봉 영화와 달리, 표현 제약을 없애고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기발한 상상력을 내세운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들은 폐막식 이후에도 부천시청과 CGV 부천역 등에서 상영됐다. 


올해에는 그동안 영화제에서 만나기 힘든 제3세계 작품은 물론, 무서운 여자들을 테마로 한 특별전과 故 홍기선 감독과 데뷔 20주년 맞이한 배우 전도연의 특별전 그리고 깜짝 상영작으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조성규 감독의 <실종2> 등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영화프로그램만 놓고 본다면 풍성했다.


무더위와 장마의 끝에서 보냈던 'BiFan 2017' 뜨거웠던 일주일 간의 기록을 상영작의 별점(5점 기준)과 140자 평을 함께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영화  '7호실' (개막작, 한국)

웃픈 청춘들의 삶을 페이소스와 위트로 그려낸 세상 밖으로. 죄의식과 강박을 성찰한 "끝까지 간다"의 코믹 버전. 은폐와 위선이라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계급 자본주의의 수렁에 빠진 이들의 우화. 만화 캐릭터 떠올리는 신하균-도경수의 호흡 좋아 보여. 씁쓸한 여운을 자아내는 급작스런 변심 엔딩.


별점 ★★★☆



2.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전도연 특별전, 한국)


땀 냄새 나는 액션키드 류승완의 감각적인 여성버디무비. 더이상 잃을 것 없는 비루한 삼류 인생들을 위트있게 추적해가다.<델마와 루이스> 같은 전도연-이혜영의 케미가 정서를 지배하는 영화. 여성에 가학적인 젠더 감수성을 두 여성 캐릭터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상쇄하기도. 핏빛 소동극 에피소드에선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떠올려.


별점 ★★★☆



3. 누명 (부천초이스 장편, 헝가리)

 

봉준호에 못 미치는 친절한 <살인의 추억> 헝가리판. 열등감이란 괴물, 당신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섬뜩한 공포로 다가와.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마라'라는 것처럼 남의 열등감을 자극하고 조소하지 말 것. 로버트 드니로 닮은 강력반 형사 캐릭터도 눈길. 부패한 공권력과 진실을 은폐하려는 음모는 한국드라마의 상투성 닮아.


별점 ★★★



4. 어미 (무서운 여자들 특별전, 한국)


동물적 본능에 기댄 새끼 잃은 모성의 극한. 80년대 인신매매 등 반인륜적 사회 실상에 관한 심도넘친 고발.리즈시절 윤여정의 화녀, 충녀에 이은 악녀 3부작. 드라마의 제왕 김수현의 스크린 출세작. 프롤로그에 제작사인 황기성 사단의 인삿말 이채로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음향과 시크한 살인마 캐릭터가 만난 판타스틱무비.


별점 ★★★★☆



5. 몬 몬 몬 몬스터 (부천초이스 장편, 대만)


세상의 모든 왕따 유발자들을 향한 섬뜩한 경고. 로맨티스트 구파도의 연민과 비애 가득찬 좀비 영화. 학대와 폭력의 고리, 끊을 수 없다면 태워라. 인간보다 요괴 자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건 왜일까. 인간의 악마적 본성 발현, 지금 한국사회는 다를까. 감독의 전작 주연배우 브루스, 송운화 등 카메오 찾는 깨알 재미도.


별점 ★★★★



6. 소울 메이트 (월드판타스틱 블루, 중국)


흔들리고 떠도는 삶, 서로를 닮아가는 베프의 사랑과 우정. 감정의 디테일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베일을 벗는 웰메이드 멜로드라마. 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주동우와 마사순의 열연 돋보여. 알리바바가 투자, 제작한 중국 영화. 웰메이드만 만들수 있다면. 상투적인 소재를 심리 미스터리라는 독창적인 형식으로 풀어내는 연출력.


별점 ★★★★



7. 숲속의 부부 (부천초이스 장편, 한국)


계급자본주의 지옥도에 갇힌 노동자의 파괴담. X등급의 초현실적 은유 기법 통해 현대사회에 경고..올해 BiFan의 문제작. 부익부 빈익빈 사회의 구조적 결함이 어떻게 노동자를 파괴해가는가. 생활고 여대생과 무기력한 노동자의 극단적인 자아가 인생의 행로를 잃었을 때. 부당 정리해고와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등도 조명. 故 김성민 배우의 열연 눈길.


별점 ★★★★☆



8. 68 킬 (부천초이스 장편, 미국)


나쁜 여자 캐릭터로의 전복이 주는 색다른 판타지. 아드레날린 유발하는 팜므파탈 매력에 흠뻑 빠져 들다..올해 BiFan 악녀 테마에 어울렸을 것. 센 언니 캐릭터의 잇따른 등장은 현대판 <펄프 픽션>이라 할만. 폭력과 학대를 견뎌내는 여성 스토리의 전복이 주는 신선함과 통쾌함이라니. 애인 때문에 끌려다니는 연인에겐 백배공감도 선사.


별점 ★★★★☆



9. 일로순풍 (월드판타스틱 레드, 대만)


용서도 쪽박도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유. 노년의 택시기사를 통해 소소한 삶의 의미를 깨달은 열정페이 청년의 보은. 사리사욕, 탐욕과 복수에 눈먼 이들의 최후와 비교돼. 홍콩 누아르의 장점과 위트, 해학을 접목한 갱스터 무비이자 블랙코미디. 명불허전 연기파 배우 허관문의 존재감 빛나.


별점 ★★★★



10. 마이 스투피드 보스 (베스트 오브 아시아, 인도네시아)


일리우드도 있다..직장 내 부조리에 대한 위트넘친 복수극. 스트레스를 부르는 직장상사 길들이는 유쾌한 인도네시아 영화. 인도의 발리우드와 동일한 이슬람 문화권의 인도네시아, 다양성있는 아시아권 영화의 산실로. 들어가기 쉬운 회사에 인내심이 필요한 까닭. 인도 톱스타 샤룩 칸, 권오중 닮은 주연배우 연기 눈길.


별점 ★★★



11. 히든 리저브 (월드판타스틱 블루, 오스트리아 외)


웰다잉에 관한 디스토피아적인 고찰. 감시와 통제 속 자유 의지로 죽을 권리를 되찾으려는 저항 조명. 안식마저 허락되지 않은 미래가 있다면..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희노애락의 감정을 깨닫게 될 때에 일어나는 컬쳐 쇼크. 탐욕적인 권력이 소통과 네트워킹을 배제할 때 변질되는 시스템의 실체 고발. 로맨스 시퀀스는 과잉 아닐까.


별점 ★★☆



12. 우리 삼촌 (패밀리존, 일본)


존재감 제로, 무기력한 민폐 삼촌과의 요절복통 소동극. 탕진잼, 알바 라이프 등 고용 불안이 낳은 현대 사회상도 고찰. 아이를 어른스럽게 만드는 최첨단 철학자 삼촌의 기행. 하와이안 코나 커피 농장과 담배 찾다 마약 사건 연루 에피소드도 꿀잼. 코믹 연기의 신 마츠다 류헤이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페르소나 마키 요코의 케미도 좋아.


별점 ★★★☆



13. 검은 숲 속으로 (부천초이스 장편, 스웨덴)


현대 사회의 아버지 부재와 비애를 초현실적으로 그려낸 잔혹 동화. 아이의 시선에 비친 아버지의 세계를 검은 숲으로 은유. 아빠들이여, 일이란 숲에 갇히면 괴물이 되어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정신분열 캐릭터를 통해 현실과 환각을 초현실적으로 구현해낸 판타스틱무비.


별점 ★★★★



14. 실종2 (깜짝상영작, 한국)


인간의 위선과 악에 받힌 본성이 깨어날  때.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윤리 속의 연쇄살인사건의 전말. 이원종, 서준영의 아우라를 뛰어넘는 배우로서 함은정의 재발견.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부조리와 진실 은폐의 연속성이 만들어내는 비극.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할때 당신이라면.. 혼돈의 지옥도에서 마지막 10분에 집중하라!


별점 ★★★☆




15. 펀치 더 클락 (월드판타스틱 블루, 브라질)


기술의 발전이 노동자의 안락함과 행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풍자와 위트 넘친 성찰. 관료주의와 도플갱어를 소재로 CG를 배제한 SF 블랙코미디.

 

별점 ★★★



16. 블러드 랜드 (부천초이스 장편, 알바니아)

샤머니즘 등을 소재로 한 기이하고 신비로운 오컬트 영화. 인간 내면의 불안이 만들어내는 공포감의 각성.


별점 ★★★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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