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 작은 안식처나 힐링 아지트를 만들어보세요
여러분은 바쁜 일상 속에 자신만의 퀘렌시아, 즉 안식처나 휴식처가 있나요? 필자는 이를 힐링 아지트(Agit)라 부르는데요, 방전(번아웃) 상태로 더 이상 한 걸음조차 뗄 수 없을 때, 감정이 메말라져 어떤 느낌도 없을 때를 경험한 적은 없나요?
얼마 전 페친 한 분이 자신의 피드에 올렸던 글 중 '마음이 괴로울수록, 번잡할수록 침묵할 것. 어긋난 것들이 부서지지 않게, 다시는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까지 치닫지 않도록 침묵할 것'이라고 해서 깊은 공감을 했는데요, 길지 않은 인생을 살 동안 이런 시기는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혜민 스님은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인생이란 전투에서 상처받고 눈물 날 때 쉴 수 있는 나만의 성소, 퀘렌시아가 필요하다"라며 "도심 속에서 기운도 없고 입맛도 사라졌을 때, 해남 땅끝마을의 아름다운 사찰, 마황사로 향했다"고 전했어요.
퀘렌시아(Querencia)란, 스페인의 투우 경기에서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기력을 회복하는 장소라는 말인데요, 전쟁과도 같은 삶 속에서 우리가 지치고 힘들 때 조용히 찾아가 치유할 수 있는 피난처나 안식처를 이릅니다.
퀘렌시아는 올해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삼고초려에 화답하기 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급하면서 알려졌죠. 그는 “사람 각자마다 자신의 퀘렌시아가 있다. 음악을 듣는 것, 시를 읽는 것, 책을 읽는 것, 여행을 떠나는 것. 모두가 우리 각자의 퀘렌시아”라며 "퀘렌시아에 있다고 답한다"고 전했습니다.
류시화 시인 역시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정신이 고갈돼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렸을 때, 그 때가 바로 자신의 퀘렌시아를 찾아야 할 때이다'라며 누구나 삶의 힘든 순간이 다가오기 마련이고 자신만의 퀘렌시아를 가지고 있어야 건강한 자아 회복이 가능하다고 했죠.
필자에겐 어쩌다가 들르는 제주도의 하랑 게스트하우스가 퀘렌시아였던 것 같아요. 각박한 도심 속에서 나에게로의 소통마저 단절됐을 때 무작정 예약하고 떠나면, 따스하게 감싸 안아주는 자연과 격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 명소를 찾아다니면서 삶에 대한 애정과 평안함을 느끼고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일몰과 노을,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곳곳에서 찾게 되는 소소한 행복감은 정체성의 회복을 가져다줍니다.
여행을 떠나기 어려울 땐 하루의 일상 속에서도 작은 안식처나 힐링 아지트를 만들 수 있어요. 필자가 일과시간 이후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 들르는 집 주변 웰빙 카페도 나만의 퀘렌시아입니다.
브랜드 카페보다 가성비가 있고 건강한 음료를 주문하고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멍 때리기를 하면서 카페 사장님과 야구나 영화, 사회, 일상 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글감도 얻고 힐링도 합니다.
만원이란 작은 사치가 허락된다면, 기계식 안마숍에서 한 시간짜리 힐링의 시간을 가져도 좋고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면, 요즘 대학가 주변에 곳곳에 들어선 만화카페에서 음료가 포함된 가격으로 지친 몸을 쉬어도 좋습니다.
필자의 경험에 미뤄볼 때,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어깨나 손목의 통증은 물론, 심지어 눈까지 따가워질 때가 많았는데 신체 리듬의 힐링 주기에 50/10의 법칙이 적용될 것 같아요. 관용적으로 들어왔던 '50분 일하고 10분 휴식'을 지켜야 하는 것이죠.
근로기준법에서도 4시간 이상 8시간 미만으로 일한 후에 식사를 포함한 30분의 휴식시간을 주게 돼 있는데요, 따라서 하루 8시간 기준으로 1시간의 점심시간을 주는 거겠죠.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곳이 많아 과로사했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오기도 합니다.
최근 동호회 활동에서 무리한 활동으로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을 보곤 하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50분 운동 후에도 10분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나왔다면 30분 정도는 스트레칭하거나 휴식 후에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좋겠죠.
하루 5시간을 일했다면 1시간 정도의 멍 때리기나 독서 등이 필요하고 1시간이라는 작업 기간이 있다면 이 가운데 10분 정도는 스트레칭을 해주거나 자리를 떠나 재충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From Mornin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