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해피엔딩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by 정선미

JTBC 스포츠예능에서 2002년 월드컵의 영웅들이 저 멀리 네덜란드까지 날아가 히딩크를 만나는 장면이 있었다.

암울했던 그 시기에 맘껏 환호하며 흥분하며 설레던 그때의 6월이 있어서 웃으면서 힘을 내며 버텼을지도 모른다.

나이 29살 &남편 33살.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젊고 어린 시절을 인생의 가장 큰 고비를 넘기며 지나온 것만 같다.

아직 걸음마를 떼지 못한 3살 큰딸을 안고, 업고 다니는 걸 보며 엄마는 내 뒤에서 항상 울었고 걷고 뛰게 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데리고 다니는 나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지친 나의 마음과 몸처럼 우리 집 재정 또한 함께 너덜너덜 해 지고 있었으며 그런 우리의 가정을 지키느라 남편은 살이 쑥쑥 빠질 정도로 밤낮을 구분 않고 미친 듯이 일만 하던 시기였다.

고맙게도 6월의 짜릿한 환호와 함성으로 우리는 힐링과 치유를 반복했고 행복하고 기쁜 그 기운을 빌려 힘을 냈으며 그 사이 우리의 큰딸, 세은이 또한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기적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환희와 기쁨과 함성은 마치 우리 세 식구를 향하는 것이라 착각하며 고단한 그 시절을 행복하게 보내기도 했다

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비롯한 온 집안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그 시절을 버티면서 지내왔다.

나의 외할아버지는 "증손녀가 걷는 걸 볼 때까지 안타까워서 절대로 죽을 수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나를 끝까지 걱정하며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고 했다.

그리고

세은이가 아장아장 걷는 걸 셀 수 없이 보고 또 보며 감사해하셨었다.

2002년 월드컵의 기억은 나에게, 이렇게 먹먹해지면서 희미하지만 흐뭇하게 웃을 수 있는 나만의 스토리가 있다.

아무튼 남편과 나는 젊은 날, 일찍 맞닿은 시련의 고비를 잘 버티고 견디고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비록 극복해서 큰 성과나 어떤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넘어지고 무너질 수도 있었던 순간들을 우리는 묵묵히 잘 지나왔다고 믿는다.

만약 일찍 맞닿은 시련과 고난 속에 있다고 하는

젊은 부부가 있다면 너무 잘해서 고난을 딛고 어떤 대단한 성취를 화려하게 이루면서 일어서려 하지 말고 그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버티고 견디기만 한다면,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너무 잘하고 있는 것 '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결국엔 다 지나가니까

2002년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이 골든 골'을 넣은 후 거리로 나갔을 때는 흥분한 거리의 사람들이 우리 차를 들었다 놓기도 했고, 경기가 끝날 때마다 거리로 뛰쳐나가 친구들과 흥분을 이어갔던 행복한 기억이 생생하다.

월드컵의 환호와 기쁨을 함께 치맥으로 우리의 신혼집에서 환호하던 남편의 친구들도 누구보다 더 세은이의 걸음마를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었다.

내가 세은이와 돌아다니다 힘이 들어 불현듯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울먹거리듯 전화를 걸면 온 가족이 일하느라 바쁜 남편을 대신해서 데리러 오기도 하고 아빠대신 세은이를 안고 업고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은 내 아이들의 삼촌이 되어 갔고

지금은 오십의 중간에 있는 중년이 되었다.

그 시절을 비롯해 함께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추억하며 우리는 이제 서로 가족이라 믿으며 산다.

내가 결코 2002년 월드컵을 가볍게 기억할 수 없는 이유이다.

TV에서 그 시절 주인공들인 거스히딩크와 안정환과 김남일과 박항서의 재회를 보다 마치 영화필름처럼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스쳐갔다.

박항서가 히딩크를 만나고 울먹일 때 나도 같이 눈물이 났다. 세월의 흔적만큼 히딩크도 연로한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의 건강을 기원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서 멀리서 바라보면 삶은 다 결국엔 해피엔딩이다. 따라서 지금의 순간도 힘듦과 슬픔이 있더라도 해피엔딩으로 가고 있는 중 일 것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만나서 어떻게 해피엔딩으로 이어져 마무리될지 궁금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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