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모임의 불편함

by 서농쌤

나와는 아무런 연결 고리 없이 오로지 아이로만 맺어진 관계. 내가 느낀 엄마 모임의 정의다. 맘카페를 통해 아이도 동갑, 나도 동갑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엔 5명이 모였지만 나를 포함해 마음 맞는 3명이 만남을 지속했다. 아이도 동갑, 나도 동갑이니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고 아무 연고 없는 곳에서 친구가 생길 생각에 잠시나마 행복감을 느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아서인지 A, B와 함께하는 시간이 처음에는 즐거웠다. 두 명 모두 울산이 고향이었지만 대구에서 학교 다닌 시간이 있어서 통하는 게 있었고 연고 없는 울산에 온 나를 잘 챙겨 주었다. 우리는 아이들 없이 밤에 만나 술 한잔도 기울이며 서로를 알아갔고 그렇게 나도 아이로만 맺어진 관계가 아닌 나와 연결 고리를 가진 친구가 생긴 줄 알았다.



너무 편해져서일까? 아니면 드디어 본성이 드러난 것일까? A는 우리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당일에 약속 취소 또는 매번 만남에 지각. 이런 시간이 쌓이며 나의 불만도 쌓여갔다. 벚꽃이 만개하던 시기. 호수공원에서 아이들과 추억을 남기고 싶어 연락했다. B는 집이 멀어 함께하지 못했고 A는 함께 가자며 약속을 잡았다. A와 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좋은 추억을 남길 거라 생각했다. 어떤 옷을 입고 가서 예쁘게 사진을 찍을지 상상하며 며칠 전부터 들떠있었다. 약속 당일. 우리가 마실 커피, 아이들이 먹을 음료와 간식을 챙겼다. 공원 잔디밭에서 신나게 놀 생각에 비눗방울도 챙기며 짐도 늘었다. 묵직한 가방도 거뜬하게 들어보는데 카톡 소리가 들렸다. “나 오늘 못 나갈 것 같아” 설마 했는데 역시. 힘이 빠졌다. 사과조차 없었다. 혼자 들떠서 처음 소풍 가는 아이처럼 준비한 내가 불쌍했다.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집어던지고 싶었다. ‘얘는 나와의 약속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친구 없다고 자기가 갑인 줄 아나?’ 담아두지 못하는 성격의 나는 왜 이렇게 매번 당일에 약속을 취소해서 힘들게 하냐고 물었다. 미안한 마음은 있는지? 당일 약속 취소가 벌써 몇 번째인지? 친구라고 생각했기에 A가 내 마음을 달래주려 사과하고 본인의 입장을 말해줄 거라 생각했다. 내 예상과 달리 A는 아무런 말 없이 단톡방을 나가버렸다.



불행 중 다행은 B와 나는 잘 맞았다. A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더해져 우리는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아이들 관계에서 문제가 터졌다. B의 아이가 우리 아이를 때리는 것. 매번 사과하는 B와 매번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나. 맞고도 반격하지 않는 우리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울산에서 만든 유일한 친구를 잃기 싫어서 내 나름대로 노력했다. B 아이가 왜 우리 아이를 때리는 건지 육아지원센터에 상담까지 받았다. B 아이가 우리 아이를 질투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아이의 말에 격한 반응을 해주는 나와 달리 아이의 마음을 받아 줄 여력조차 없던 B였기에 상담센터의 말이 이해되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관계를 이어가기엔 서로 불편한 상황이었다. 한 달여간 연락을 하지 않았다.



B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B도 나와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고 그 마음이 고마웠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게 되며 우리 둘만의 만남을 이어왔다. 하지만 나와 B는 교육관이 달랐다. 독서하고 여행하며 세상 경험을 중시하는 나와 달리 B는 여러 엄마들과 모임을 하며 사교육에 혈안이 된 모습이었다. 생활비를 걱정하며 사교육 정보를 모으는 B와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매번 만남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반복되었고 결국 우리는 멀어졌다.



첫째 아이는 옆 동네 어린이집을 다녀서 엄마들 모임을 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둘째 아이는 우리 집 앞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어 동네 엄마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엄마들과 친해지려 노력했지만 첫째 엄마들이 많아서 그런지 지나치게 아이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저런 걱정까지 해야 하나?’ 그들의 말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나이만 같다고 친구가 아니다.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수다 떤다고 친구가 아니다. 자주 만날 수 있는 관계라고 친구가 아니다. 나와 결이 맞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 친구가 되려 한 내 생각이 어리석었다. 엄마 모임은 엄마 모임일 뿐이었다. 그 관계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지만 불편함만 남았다.

keyword
이전 03화경력단절은 기본값. 만날 수 있는 건 아이 엄마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