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기 위한 첫 번째 움직임은 운동이었다. 둘째가 6개월이 되어 몸을 가누고 앉을 수 있는 시기가 되자마자 시간제 보육을 2시간 이용했다. 첫째 때는 36개월까지 내가 돌보겠다는 포부가 컸던 반면에 둘째는 이른 시기에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내가 살기 위한 방법이었다. 2시간은 운동 후 씻고 나오기에 충분했다. 고작 2시간만 나를 위해 사용해도 스트레스가 줄고 삶의 질이 달랐다.
두 번째 움직임은 독서 모임을 만든 것이었다. 인생 귀인 P가 대구에서 독서 모임을 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배움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즈음 내가 읽은 책에 대해 다른 사람과 떠들고 싶은 욕망이 생겼고 울산에서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비슷한 연령의 멤버가 모였고 다들 성실히 참여하며 5년 넘게 지속 중이다. 독서 모임을 통해 나 혼자 읽었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법한 책을 읽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소설을 읽게 된 나였고 생각을 나누며 타인을 더 이해하는 힘이 생겼다.
세 번째 움직임은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며 좋은 사람들과 연결이 된 것. <엄마의 20년> 책 속에 소개된 ‘언니공동체’에 가입했다. 여성이 연대하며 나를 키우는 공간이다. 무엇이든 해보려고 게시판을 살펴봤다. 아쉽게도 내가 할만한 활동이 없어서 ‘나가기’를 클릭했고 기억에서 잊고 지낸 지 5개월이 지났다. 뭔가에 홀린 듯 무심코 카페에 접속했다. 5개월 사이에 우리 집엔 친정엄마가 첫째를 위해 선물한 피아노가 생겼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상황 덕분에 피아노 공동체로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집안일 대신 운동하고, 책 읽고, 피아노 치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곳엔 나와 같은 전업주부여도, 휴직한 상황이라도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계발하는 엄마들로 넘쳐났다. 나랏일 하시는 분, 소설가, 작가, 출판사 대표, 화가, 상담사 등 내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지금까지 살며 경험한 대화와 질적으로 달랐다. 나에게 상처만 준 엄마 모임에서 소통할 때와 전혀 다른 영감을 얻게 되는 일이었다. 사는 곳의 거리가 멀더라도 서로가 연결될 수 있음을 몸소 느끼며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온라인 세상에 눈뜨기 시작했다.
그중 눈여겨본 것은 새벽 기상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저 사람들은 새벽에 일어나서 도대체 뭘 하는 걸까?’ 궁금함에 늘 눈팅하며 살펴봤다. 독서하는 사람, 글 쓰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등을 보며 같은 활동이라도 ‘새벽에 시간을 보내면 뭐가 다를까?’ 궁금했다. 나는 평생을 야행성 올빼미로 살아왔다. 아이들이 빨리 잠들길 바랐고 잠든 후엔 새벽까지 내 시간을 보냈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다 보니 당연히 늦잠은 기본이요 아이들 아침밥 차리기도 힘들었다. 남편은 아이들보다 늦게 일어나는 나에게 불만을 가졌다. 나도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해 9월 내 생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새롭게 태어나고자 마음먹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새벽 기상에 도전했다. 몇 개월간 새벽 기상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라고 못 할 것도 없겠다.’ 싶었다.
처음엔 새벽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나로서는 큰 도전인 6시 30분에 일어나는 걸 목표로 했다. 딱히 할 일이 있는 건 아니라서 기상 후 책을 읽었다. 매일 새벽 기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시간이 쌓이니 한 달에 8~9권을 읽게 되었고 독서량이 증가한 만큼 내 생각도 확장했다. 새벽 기상하니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여유롭게 아침을 차려주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할 수 있었다. 새벽 기상에 적응하며 점차 시간을 앞당겨 5시 기상도 해봤지만, 나의 적정 수면시간을 알게 된 후 5시 30분 기상을 목표했다. 여유시간이 많아지니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영어 공부, 가계부 쓰기, 신문 읽기 등 나를 위한 시간을 확장했다.
새벽 기상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나와, 아침드라마나 시청하는 엄마들(비난하는 것 아닙니다.) 사이에 있는 나는 확연히 달랐다.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릴 때 꿈 지도 그리기에 참여하였다. 어릴 적에나 생각했던 ‘꿈’이라는 단어를 두고 한참을 생각했다. ‘내 꿈은 뭘까? 뭘 하며 살아가야 할까?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전업주부의 삶을 청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다음 한 해를 살아갈 소박한 꿈을 기록했다. ‘영어 공부하기, 바리스타 자격증 따기, summer 원곡 피아노 치기, 제주도 한 달 살기, 오소희 작가님 만나기.’
‘언니공동체’는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라는 책을 읽고 블로그에 관심이 생기던 찰나 블로그 강사를 하던 분께 블로그를 배울 수 있었고,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한 찰나 독립 출판한 분의 경험도 들을 수 있었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하니 때마침 ‘브랜딩블로그’에 대한 경험도 들을 수 있었다. ‘드디어 세상이 내 손을 잡아 주는구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나를 위한 코스가 착착 마련되었다.
이 공간은 아이로 연결된 만남이 전혀 없다. 오로지 나를 위한 관계만이 존재했다. 전업맘이라도 온라인에서는 멋진 사람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에 속해 있으니 나 또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다음 해 꿈 지도에는 한걸음 성장한 꿈들이 기록됐다. ‘멋진 선생님으로 소문난 수학서재, 블로그 찐팬 200명, 내 이름이 박힌 책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