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을 만나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남자친구와의 표면적인 이야기는 얼추 다 썼는데 10화를 써야만 이 주제 하나를 마무리 할 수 있나보다. 계속 브런치 알람이 떠서 ... 마지막 10번째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좀 생각을 해봤다.
내가 서른이 넘었고 현재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 (잠시 헤어졌을 때 포함) 다양한 사람과 소개팅도 해보고 썸도 타고 연애도 해봤다. 연하도 있었고 연상도 있었다. 파일럿도 있었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도 있었고 음악을 하던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여럿 만나보고 나니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과 잘 맞는지, 어떤 사람들에게 어필되는지도 꽤 인사이트가 쌓였다.
1. 다정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주고 그 다음은 공감과 위로다. 집 밖을 나서면 모든 곳에 스트레스가 도사리고 있다. 그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집에 돌아올 때 오늘의 나를 위로해주고 공감해 줄 무언가가 있다면? 그게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만으로도 단연코 최고다. 다정한 마음과 말솜씨로 나를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남자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
그런데 이 '다정'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꽤나 어렵다. 모두에게, 누구에게나 장착될 수 있지가 않다. 일단 다정하려면 체력과 여유가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그 다정함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상대방이 과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의 줄다리기도 필요한 것이 다정. 섬세하면서도 무던해야만 그 줄을 잘 탈 수 있다.
2. 섹시
다정함이 이렇게나 어렵다. 그런데 다정함을 갖춘데다가 섹시하기까지 하다? 일단 모셔와야 한다. 그럼 '섹시'라는 단어부터 알아보자. 섹시하다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자기 일을 잘 하는 사람도 섹시할 수 있고 당당한 자기 표현이 섹시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는 섹시함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니 당연 이성적인 섹시함도 표현해 낼 줄 아는 사람이 좋다.
그런데 또 이 섹시가 종류가 얼마나 많은가. 더티섹시, 으른섹시, 돌쇠섹시 등등등. 다정이 너무 어렵다보니 이 섹시는 이 중에서 하나만 가져도 최고로 치기로 했다. 어쨌든 그 '섹시함'이 나의 마음을 두근두근하고 가끔은 내 눈이 반쯤 감기게 만드는 묘한 매력으로 다가와주길 바라는 거다.
다정과 섹시함. 이상형을 적고보니 결국 이상형이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랑을 꿈꾸는지 말해주는 '나에 대한 소개'인 것 같다. 나는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나. 그러니 오늘 위 내용들은 결국 자기소개의 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머쓱)
아무튼 정리하자면, 내 이상형은 나의 결핍을 채워줄 무언가일 뿐,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걸로. 대신 나는 이상형과는 한참 다른 어떤 사람과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게 인생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