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으로 시작하는 100가지 이유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100가지 이유 - 를 써 보려고 했지만 쓰지 못했다. 이에 대한 변명부터 시작하자면 …
7년을 만나는 동안 그 100가지 이유를 찾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니다. 생각날 때마다 적어보았으나 한 명의 사람에게서 100가지 이유를 찾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도 했고 내가 사람의 성격을 쪼개어 보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다. 100가지를 채우려면 80번 즈음에서는 밥알을 세어 먹는 편은 아니다. 와 같은 그저 한낱 특징에 지나지 않는 이유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특징은 남자친구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아니기도 하다. 함께 지내며 그런 것들이 좋게 보일지는 몰라도 그가 가끔 코를 골거나 먹지 않을 음식을 주문하고, 별 것 아닌 내 의견에 욱한다고 해도 나는 그를 사랑하기에! 그런 것들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물론, 어쩌면 글을 쓰는 동안 100가지를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좋은 이유가 서른 가지 정도 있다가도 화가 나는 이유가 열 가지 정도 있고 그러다 보면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런저런 변명과 이유로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이유 100가지를 나열하진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연애는 계속된다. (적어도 둘 중 한 명이 그만두기 전까지는 말이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두 명의 남녀가 연애를 한다는 건, 보편성을 따지기 어려운 연애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하루만 만나기도 하고 그 마저도 커피만 마시고 헤어지는 날도 있다. 저녁은 각자 집에 가서 따로 먹기도 하는 날이 있는 것처럼 늘 같이 있고 싶은 것도 아니며, 여행에서 같은 침대를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감정이 요동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감정적인 연애가 있는 것처럼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함을 느끼는 이성적이고 차분한 연애 스타일도 있다. 하나부터 열 까지 같이 해야 하는 연애 스타일이 있는 것처럼 개인의 시간이 소중한 개인적인 연애 스타일도 있다.
아니, 애초에 사랑이라는 건 증명하기가 꽤나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대신하여 죽는다는 것이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고 너무 사랑해서 상대방을 보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래서 보편적인 연애 방식이 있을지라도 보편적인 사랑이라는 건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내가, 또 우리가 앞으로 어떤 연애의 방식을 택하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온전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길 바란다. '이 연애가 맞나?'에 대한 대답은 타인이 아닌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할 것을 제안하며, 모든 이들의 행복한 연애를 응원한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장기 연애의 기운이 담긴 LOVE ENERGY를 보내며!
(Photo Epilogue) 어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카메라를 들고 같은 것을 찍는 일들이 꽤나 빈번하다. 일주일에 한 번밖에 만나지 않는데도 우리는 너무나 닮아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