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분기를 마치며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대부분 포트폴리오에 자리를 차지하지조차 못했기 때문에,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나중에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록을 해야 했다.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마이루틴 리디자인> 글 3편 이후로 사이드 프로젝트의 기록은 많지 않다. 있다 해도 비슷한 형식의 글은 쓰지 못했다.
https://brunch.co.kr/@seop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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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작가로 선정되도록 했던 글
그렇다고 그동안 아무런 프로젝트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NFT가 한창 핫할 때 시작하여 몇 차례 피보팅으로 일반 서비스화된 프로젝트, IT 동아리 출석체크앱과 어드민, 외주로 작업했던 앱 디자인 등... 여러 작업들을 했지만 이 경험들은 지금껏 나의 포트폴리오에 쓰이고 있지 않다. 외주 작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도중에 엎어졌기 때문이다.
그것들에 쏟았던 시간과 노력이 무색해져 버리고 만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내 저장 공간을 점거하는 작업 파일들은 덤이다. 우주먼지처럼, 처음에는 티끌같던 존재감이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런 이름 없는 경험들이 체내에 쌓이고 쌓이다 보면 누구에게도 뚜렷하게 설명할 수 없는 직관이 생겨나 버리고 만다.
왜 "버리고 만다"라고 했을까? 이 직관은 무언가 새로 배우는 데 독이 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고집이 되는 것이다. 이유 있는 고집이라면 직관이 아니라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통찰력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근거가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직관은 한두 번은 써먹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겠지만, 이것이 원툴이 되면 나 자신의 이미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집 있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경력도, 보여주는 실력도 모호한 사람이 출처를 알 수 없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면 나 같아도 쉽게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 솔직히 같이 일하기 힘들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글을 쓸 기력이 없다. 글을 쓰는 것조차 일의 연장선으로 느껴져서다. 이것을 끝마쳤다는 안도감으로 '다음에 해야지'라고 미루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은 여태껏 없었다. 이미 그 프로젝트에 대한 대부분의 장기 기억들이 <중요도 낮음> 상자로 옮겨가서 종국에는 소각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어렴풋이
'아, 이런 상황 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어떻게 했더라?'
하고 생각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운 좋게 파일을 발견하면서 남아있는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마저도 1000피스짜리 퍼즐의 한 두 조각일 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는 지금 짝 없는 퍼즐 조각이 가득하다. 서로 짜 맞춰지지 못하는 조각들 때문에 당장 지금 풀고 있는 퍼즐에 방해가 되기까지 한다.
다시 글쓰기를 다짐하며
상기 언급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짧으면 5개월, 길면 1년이 지난 프로젝트들이다.
작업했던 기간이 길수록 첫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심지어는 작업했던 파일들의 위치까지도.
그래서 가장 기억이 생생한 최근 작업부터 차근차근 글을 쓸 생각이다.
나는 글을 쓰다 보면 지나치게 자기비판적이 되곤 한다. 내 글이 길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 교훈을 간결하고 또렷하게 뼈에 새기는 것뿐이다.
오래 깊게 생각한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NFT 프로젝트를 할 당시의 일이다. 그때 팀에서는 여러 가지 아이템을 랜덤하게 조합하여 이미지 파일로 내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었다. 서비스 기획자님께서 종종 1,000여 개의 조합된 이미지들을 압축해서 전달하시곤 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중간중간 진행상황을 보고하기 위해서 저장한 미완성된 이미지들이 아직도 아이패드에 잔뜩 쌓여있다.
당연하지만 그 이미지 파일들은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쓸모가 없다.
NFT의 파멸(?)로 인해 서비스를 피보팅한 이후에는, 그림 작업에 쓴 시간이 아까워서 그 파일들을 다시 쳐다보기가 싫었던 것 같다. 이제는 정리해서 외장하드에 고이 봉인... 아니 백업해 둘 때가 되었다.
정돈된 글을 쓰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지만,
게으른 완벽주의로 인해 글쓰기를 아예 포기하는 일이 많다.
내 글의 템플릿을 만들어 놓으면 더 편하게 자주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