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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04. 2023

매일 5000보 걷기

나의 한계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

매일 5000보를 걷는다.

매일 만보도 아니고 5000보 걷는 게 뭐가 대단해서 글을 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매일 아이를 학교 스쿨버스에 태워주고 내리는 것을 픽업하는 것 이외에는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낮동안 일을 하다 보면 아이가 돌아오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시간이 거의 없다. 잠깐 산책을 하고 싶기는 하지만 길에서 소매치기당하다가 넘어져 쇄골뼈가 부러진 한국인 분의 이야기를 듣고 더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하루종일 걷는 걸음이 1000걸음도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할 수없다고 생각했다. 아니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지 마음먹었다. 작은 나의 거실을 부지런히 걸었다. 일하다 피곤하면 일어나서 걸었다. 그렇게 낮동안 3000걸음 정도를 걷는다. 거기에 저녁 시간에 시간을 내어 빙글빙글 돌다 보면 어느새 5000보 이상을 걷는다.


매일 5000보 이상 걷기 


그렇게 걷기 시작한 지 몇 달이 되어간다. 처음 와서 몇 달간 1000 보도 걷지 못해 체력이 나날이 떨어지던 때와 비교하여 활력이 넘치고 체력이 좋아졌다. 살이 엄청 빠졌다거나 체력이 급격히 좋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매일 0.01% 정도씩 좋아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안 된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한 번 더 방법을 찾아보는 것 그것은 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최선을 다했노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계를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나가서 산책하기 어려운 나의 한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마 끝없는 불평만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는 매일이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나가지 못함을 받아들이고 나자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열심히 걷게 되었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 - 그 안에서 방법을 찾는 것 어쩌면 반대로 보이는 마음의 방향들이 만나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 한계가 명확해 보이는 상황들이 앞으로도 밀려들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작은 거실을 빙글빙글 돌며 5000보 아니 6000보를 걷는 나를 기억해야지. 작은 바운더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다 보면 조금씩 변화가 생길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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